[삶의 의미] 사소한 너무나 사소한
오늘, 드디어 8개월간의 영어수업이 '끝'을 맺었다.
Native 클래스로(외국인 선생님이 수업하는 반)옮기는 현재 상황에,
'끝'이라는 표현은 다소 어울리지 않겠지만,
온전히 영어로만 소통해야 하는 곳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마치 아무런 생존 도구도 없이 '사막에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 수업이라고,
한 달간의 수업을 리뷰(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일등을 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선물로 받은 원서는 (내 기준에) 거의 영어 올림픽 수준이라 읽기 힘들겠지만. ^^;;)
......기쁨도 잠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 했을 때,
한국말로 표현하여 '가나다라마바사' 정도만 알고 뛰어들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가히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도 좋을 텐데,
내 마음은 무엇 때문인지 자꾸만 머뭇대며 뒤를 돌아본다.
알게 모르게 정이 든 선생님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다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마음을 붙이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조금도 이해하지 못해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오래된 체증처럼 내 마음을 내리누른다.
나는 할 수 있을까.
선생님과 사적인 친분은 없었어도,
더없이 친근해진 그분을 떠나 낯선 곳에 선 나는 괜찮을까.
내가 그만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 없고,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지레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시간이 갈수록 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는 내가,
기꺼이 마음을 열고 대했던 클래스의 사람들과 선생님.
어쩌면 이내 나를 잊고 말 사람들에게까지,
기어이 내 마음 한편을 내주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말하고 또 차를 나눠 마시기도 했던 사람들.
부족하던 나를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그 크고 작은 온기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오늘에 감사한다.
꽃 같던 나의 그대들, 부디 언제나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