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Life/그녀의 나날

[당신이 태어난 날] I Say "Happy Your Day."

Betty1983 2013. 9. 11. 01:24

 

 

 

 

 

오늘은 나를 낳아주신 분이 세상에 태어난 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살아온 날들의 가치와 다가올 날들의 무게를 실감하는 요즘,

내가 산 날들의 두 배 즈음을 더 사신 부모님을 보고 있자면

모두를 헤아릴 수는 없어도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게 사실이라,

나는 자꾸만 시키지도 않은 일에 손을대고 싶어진다.

 

 

이를 테면 미역국을 끓인다던가 하는.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메뉴는 소고기 미역국과 주먹밥,

그리고 미역무침과 싱싱한 거봉.

 

미역이 부는 사이 갖은 야채를 다져 볶음밥을 만들어 놓고,

볶음밥을 식히는 사이 미역국을 끓인 다음,

미역국이 끓는 사이 남은 미역으로 무침을 한다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지만.

 

주먹밥은 야채를 다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체 되었고,

미역국은 제 맛을 내지 못해  두 세 번 간 하고 끓이기를 반복해야 했으며,

미역무침은 먹어본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 무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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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공을 들인 끝에 얼추 비슷한 맛을 내게 된 음식들을

  도시락통과 보은병에 긱각 나누어 담고 나니 이미 열두시가 넘어버린 시간.

'털썩' 의자에 주저앉은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내가 서로 편안할 때나 즐거울 때는 물론이고,

설혹 우리가 불편하고 속이 상했을 때라도,

'두 분은 내 생일을 축하해 주셨고, 어머니는 늘 미역국을 끓여주셨다.'고.

그것은 '한결같이 너를 사랑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생일을 맞은 그분께 속삭이고 싶다.

당신께서 나의 부모님인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진정으로 감사하겠다고.

 

 

언제나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