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말을 걸다] 그래서 너는 아름답다.
蘭꽃을 자른다 作 :고정선
가장 아름다울 때 자를 수 있는 용기를 감사해하며 오래 간직했던 편지를 태우듯 난(蘭)꽃을 자른다. |
어제의 내가 그처럼 아팠던 까닭은,
지루할 만큼 평온한 오늘이 이토록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 위함이요.
그때 내 눈물이 미처 마르지 않았던 이유는,
그 위에 덧입혀진 오늘의 미소가 더 없이 귀중함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날의 내가 그처럼 어리석었던 까닭은,
내게 또다시 밝아올 내일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함이요.
그 순간의 내가 가슴치며 후회했던 이유는,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나은 길을 걷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날의 우리가 작별을 맞이했던 까닭은,
그대와 함께한 시간이 내 생(生) 다시 없을 귀한 날들이었음을 깨닫기 위함이요.
온 마음을 다하고도 우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든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었던 어린 날의 자만 대신,
겸양 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를 향한 이 마음 미처 거두어지지 않은 까닭은,
사무치게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내가 숨쉬는 하루하루가 차고 넘치게 아름다움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