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시(詩)가 말을 걸다] 그대라는 이름.

Betty1983 2013. 12. 17. 02:11

 

 

 

 

 

그리운 이름   作  : 배흥배

 

흔들리는 야간열차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

저장된 이름을 하나 지운다.

그렇게 내 사소한 사랑은 끝났다.

 

막차는 서는 곳마다 종점인데

더듬거리며 난 어디에도 내리지 못하네.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에 넘어졌네.

 

일어나지 마라,

쓰러진 몸뚱이에서 어둠이 흘러나와

너의 아픔마저 익사할 때,

그리하여, 도시의 휘황한 불빛 안이 너의 무덤속일 때

싸늘한 묘비로 일어사라.

 

그러나, 잊지 마라.

묘비명으로 새길 그리운 이름은. 

 

 

 

 

휴대폰에 저장 되어 있던 익숙한  이름 하나,

그 이름 하나를 지우는 것으로

그대의 존재를 모조리 잊을 수 있다면 차라리 좋을 것이다.

 

잊지 못할 사람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잊어야하기 때문에,

잊어야 살아지는 까닭으로,

고작 번호 하나를 지워보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잊을 수가 없어서,

그깟 숫자 몇 개를 지워가며 기를 쓰는지도 모를 일.

 

 

 

226

 

 

 

세상 모든 곳에 길이 있어  그 길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알아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낯선 종점에서 멍하니 서있는 것처럼,

내가 버렸거나 그대가 떠났거나,

우리가 버려둔 그 마음은 주인을 잃고 이 우주를 떠돌겠지만.

 

잊은 듯 살다가도 이렇게 문득 그대가 떠오르는 것은,

불쑥 되살아나는 그대의 환영에 이다지도 가슴이 저린 것은,

우리가 져버렸어도 여전히 살아 있는 이 마음 때문이리라.

 

이별은 우리에게,

무너지고, 밟히고, 끝내는 어둠속에 묻힌 채,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엄중한 선고를 내렸어도.

 

 

얄궂게도, 고맙게도.

우리는 서로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