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이 분다] 그대의 마음이 분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대화 한문장이었습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동생을 두었다는 그분의 이야기.
동생에게 초콜릿을 선물 삼아 건네고 왔다는 그분의 따스한 말씀에,
저도 모르게 오래전에 잊었던 제 취향을 언급하게 된 것이지요.
'저도 초콜릿 정말 좋아해요.'
이건 사실 매우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아파트만한 초콜릿을 만들어서 청혼하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 해야지!'
갓 중학교에 입학했던 소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하교길이면 습관적으로 초콜릿을 입에 물곤 했으니까요.
그 초콜릿은 달고, 쌉싸름하고, 또 조금은 쓸쓸한 맛이 났던 것 같습니다.
종내에는 자신이 하교를 기다리는 것인지,
그 길에서 찾게 될 달콤한 무엇에 마음을 빼앗긴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요.
단맛에 길들여진 미각, 그 통제불능의 열망 앞에서 작은 소녀가 내린 선택은,
달콤해서, 너무 달콤해서 유혹적인 그것을 끊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을 멀리하고,
입을 즐겁게 하는 군것질마저 줄여가다가,
마침내는 군입정 자체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 제게 그분이 물으셨던 겁니다.
'맛있는 초콜릿이 있는데 보내줄까요? 이거 먹으면 다른 거 못 먹을 텐데.'
처음에 든 생각은 '감사한데 내가 받아도 되나.'였고,
그 후에는 '다른 거 못 먹을 정도로 맛있다는 그 초콜릿이 궁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장난기가 넘치고 아이 같은 성향이 다분한 저의 일부가 '톡'하고 얼굴을 내민 것이죠.
그리고 마음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에게, 혹은 누구에게나 주는 일에 익숙한 저에게,
얼굴도, 이름도, 성도 모르는 저라는 사람에게,
선뜻 무언가를 선물하고자 하신 그분의 마음 덕분예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것.
굉장히 단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행위는,
온전히 '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보 되지 않으면,
쉽사리 이루어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니까요.
이틀 전 그 마음은 정상적으로 제게 수령 되었습니다. ^^
달콤한 초콜릿 뿐만 아니라,
끼니 때마다 밥에 섞어 먹을 잡곡과 찹쌀까지 함께요.
잡곡이 들어 있던 동그란 통이 그분처럼 다부진 느낌이라 살풋 웃음도 났습니다.
(밥을 밥 먹듯이 거르는 저는 혼자 '뜨끔'하기도 했네요.)
초콜릿은 달콤하고, 쌉싸름하고, 또 따스한 맛이 납니다.
오래전 그날과 같은 듯 조금은 다른 맛이요. ^^
저는 아마도 오랫동안 이 온기를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방긋)
덧말 : 좀 더 예쁘게 찍고 싶어서 사수께 부탁 했는데,
사수께서 전송해 주신 사진이 제 손전화에서는 인식이 되지 않는 관계로,
제 친구 곰순이를 배경으로 서툴게나마 한장 찍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