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Drama/단편愛빠지다

[형용돈죵]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下) (부제 : 사랑이 나를 부를 때(2))

Betty1983 2014. 3. 16. 05:04

 

사진은 다음 산들바람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블로그 배경 음악을 플레이 해주세요. 첫 곡이 글에 삽입 된 곡입니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너를 찾아 헤매다가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일,

                                                             널 향해 뛰다 허방을 딛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

                                                                         네게로 가보겠다고 기를 쓰고 버티는 일.

                                                                     이제 그만 네가 내개로 와주었으면 좋겠다.

 

                                                                                                          -Betty : 無題-

 

 

 

놀라서 몸이 경직되었던 것도 잠시 화염보다 강렬한 지용의 시선을 의연하게 받아친 형돈이

매몰차게 지용을 밀치며 그의 손에 붙들린 제 팔을 빼냈다. 혹시라도 흔들리는 지용의 눈을

마주하게 된다면 더는 이 연극을 계속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는 지용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래. 네가 준 반지 맞아.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뭘 할 건데!

이제 와서 내가 널 못 잊었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 내가 결혼을 했든 안했든, 설령 너라는

놈을 절절하게 사랑 한다 쳐도 바뀌는 건 없어. 남들처럼 살려고 기를 써도 살기 힘든 세상

왜, 내가 가시밭길을 자처해?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 좋지. 하지만 난 선택의 여지가 있어.

 

여자가 좋은 적도 없지만 싫은 일도 없었거든. 혹시 알아?? 이렇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예쁜 여자한테 한눈에 빠져서 쫓아다닐지. 남들처럼 연애하고 결혼해서, 나 닮은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아볼 기회가 나한테도 찾아올지.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악수는 두지 말아야하는 거야. 사랑 타령이나 할 만큼 세상은 만만한 게 아니니까.“

 

몇 초간 만년처럼 느껴지는 적막이 흐른 뒤 점차 제게서 멀어지는 지용의 발소리가 들린다.

 

"경우의 수라는 게 있죠. 동전 한 개를 던질 때 내가 갖는 경우의 수는 2, 두 개를 던질 때

그 수는 4, 네 개를 던지면 16, 동전의개수가 늘어날수록 내게 주어지는 확률 역시 몇 배로

뻥튀기 된다는 게 참 재미있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해요 그 많은 수를 내 손에 쥐고 있어도

그 많은 경우의 수중에 내가고를 수 있는 것. 나한테 일어나고, 일어나야만 하는 어떤 일은

딱 한 가지뿐이었거든요. 명백한 수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없는 일이 일어난 거죠.

 

현존하는 공식도 없고, 해법은 찾을 수도 없는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멀쩡히 눈뜨고 살려면

그 세상이 어땠을 것 같아요? 당신 말처럼 만만했을까? 어쨌든 꺼져줄게요. 가고 싶다는데,

나 때문에 당신 인생이 엉망진창이라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요. 차라리 가요. 가서 보란 듯,

잘 살아요. 내가 당신 쳐다볼 수도 없게. 대신 아프지 마요. 당신 아프면 나 정말 돌아요.“

 

눈 깜빡할 사이에 서늘해진 공기를 가르며 나가는 지용의 뒷모습이 형돈의 눈에 붙박였다.

둔기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서있던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설마 또.....!’ 지난 십년간 형돈을 악몽에 시달리게 했던 그날의 기억이 물밀듯 밀려든다.

‘너 죽으면, 난 정말 못산다.’ 생각의 끝에 의식보다 앞선 마음이 그의 뜀박질을 부추겼다.

 

 

 

 

   Title : 다시 사랑하고 싶다     Song By : 루나플라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길게 늘어진 한없이 나약한
   살얼음 길을 휘청대며 걸어가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는 게
   왜이리 힘들까

   차마 말 못해 틀린 길이였다고 
   그럼 내가 더욱 초라해져
   내 얘기는 또 누군가의 스토리
   절대 난 외롭지 않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보다 더 누군갈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니길 바래
   가슴 속은 아직 누군갈 향해 뛰어
   다시 눈물이 흘러 다시

   한치 앞길도 보기가 힘들어
   눈을 감으니 오히려 환해져
   꿈속에서 나는 니 앞에 서있어
   너무 아름답게

   차마 말 못해 너를 사랑한다고
   그럼 혹시 사라질까봐
   내 얘기는 또 누군가의 스토리
   절대 난 외롭지 않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보다 더 누군갈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니길 바래
   가슴 속은 아직 누군갈 향해 뛰어
   다시 눈물이 흘러 다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떨리는 손으로 출입문을 밀자 보드카를 병째로 들이붓고 있는 지용의 모습이

형돈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기를 쓰고 힘을 주며 지용에게 달려가

숨도 쉬지 않고 병을 뺏었다 충혈 된 지용의 두 눈이 넘치는 원망을 쏟아내며 제게로 향했다.

 

“당신이 뭔데 남이 마시는 술병을 뺏고 지랄이야? 당신 나 알아? 내놔!! 당장 내놓으라고!!”

 

“차 몰고 왔을 텐데 어떻게 안 말려? 난 사람목숨 왔다 갔다 하는 꼬라지 두 번은 못 본다.”

힘주어 치켜든 고개, 결연하게 그러쥔 주먹,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성난 얼굴조차도,

자신을 오롯이 눈에 담은 채 아프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가리지 못했다. ‘나한테 어쩌라고!!’

 

‘꽝!!’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지용이 자신의 주먹으로 차의 보닛을 내리쳤다. 잠깐 사이에

지용의 손이 벌겋게 변하더니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흠칫 놀란 그가 자신의 손을 살폈다.

‘이럴 거면서 어디로 도망을 간다는 거야!’ 그가 하는 모양을 쏘아보던 지용이 악을 써댔다.

 

“내가 술 쳐 먹고 운전하다가 대갈통이 깨지든, 한쪽 다리가 나가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꺼져준다고. 당신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져주겠다잖아. 그런데 왜 태클을 걸고 염병 질이야!

나 위하는 척, 생각하는 척하지마. 어차피 나 버리고 갈 거잖아. 그게 당신 목적 아니었어?

그러니까 당신 갈 길이나 가라고! 당신마음 편하자고 해주는 배려 따위 역겨워서 토 쏠려!!

 

이럴 거면 내가 당신 선생취급 안하고 토껴서 패싸움하러 가버린 그날 그냥 관두지 그랬어!

우리 꼰대가 사과조로 사례비 두둑이 쥐어줬을 텐데, 안 봐도 내가 꼴통인 건 알았을 텐데.

기어이 다음 수업에 나타나서는 개똥같은 상처연고를 발라줬냐고! 왜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지금처럼 아픈 눈으로 나를 쳐다봤느냔 말이야. 어차피 버릴 거면서. 그럴 거였으면서......“

 

“지용아......” 대상을 알 수 없는 적의에 찬 눈동자. 성난 고양이가 자신의 털을 세우듯이,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던 열일곱의 작은 소년, 그 눈빛 속에 일렁이던 슬픔의 그림자.

지용을 처음 만났던 그날도 이 아이는 지금과 꼭 같은 얼굴을 하고 자신을 마주 보았었다.

‘날 위해 애쓰지 말라고, 내 곁에 다가오려 하지 말라고, 내게는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 타고난 두뇌 거리에 나서면 누구나 한번쯤은 돌아볼만한 외모까지,

모두를 가진듯한 아이가 뿜어내는, 자신과 꼭 같은 쓸쓸함의 아우라에 형 노릇을 자처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절대로 너의 형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 말을 건넨 순간 이 아이의

만면에 빛처럼 번지던 미소. 그 미소의 의미가 ‘사랑’이라는 것을, 제가 건넨 약속의 의미가

‘고백’과 다름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더는 도망갈 곳이 없는 지금 이 순간처럼.

 

‘툭.’ 마음저편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무작정 지용을 품에 안는다.

 

“지용아, 이러지 마라. 제발 이러지마. 너 다치는 거 나 더는 못 견딘다. 차라리 날 미워해.

널 두고 돌아선 나를, 너로부터 달아난 나를 욕하고 저주해. 그리고 그 분노를 딛고 일어서.

그러고 나면 나 같은 건 그저 네 인생을 스쳐간 바람쯤으로 치부하게 될 날이 찾아올 거야.

나를 밟고 일어서. 기꺼이 너의 디딤돌이 되어줄게. 지용아. 더는 나 때문에 아프지 마라.“

 

‘부모님은 아직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세상 어떤 부모가 가시밭길을 걸어갈 자식을 지켜

보고 싶겠느냐고, 이처럼 너를 사랑해도, 간절히 너를 원해도 진정 너를 사랑하는 까닭으로

네가 내민 손을 잡을 수가 없다고, 이런 나를 용서하지 말라고, 이게 내 사랑이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 뇌인 그가 지용의 얼굴을 마주보았을까 지용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내가 아픈 거 못 견딘다는 사람이 왜 내 손을 안 잡겠다는 건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나는 아닌 건데! 나, 당신 사랑하는 내 마음 믿어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독립투사야?

내가 왜 사랑하는 당신을 밟고 분연히 일어서서 내 삶을 살아야하는데! 내가 어째서 여태껏

미친놈처럼 공부했는지 몰라? 내가 왜 단단해지려고 애를 썼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느냐고!!

 

당신이 그랬었지. 우리가 서로의 세상에 흔들림 없이 서게 되면, 내가 애타게 찾지 않아도

당신 스스로 내 옆에 서있겠다고. 그래서 나는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기를 써댔어.

당신한테 어울리는 사람, 우리 사랑이 손가락질 받지 않아도 좋을만한 그 자리에서 당신을

내 사람으로 찾고 싶었다고! 그런데 겉만 그럴싸해지면 뭐해! 당신이 내 옆에 없는데......“

 

'툭‘ 울먹거리며 속엣 말을 쏟아내던 지용의 고개가 자신의 어깨로 떨어졌다. 술기운이 몸에

퍼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게, 이기지도 못하는 술은 왜 마시니?’ 그는 휘청대는 지용의

몸을 안다시피 해서 조수석에 앉히고 망설이며 운전대를 잡았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

알코올을 감당하기 벅찬지 거푸 숨을 내쉬는 지용에게 안전벨트를 메주는 손끝이 떨려온다.

‘부질없는 욕심이지만 술에서 깰 때까지라도 원 없이 보고 싶다.’ 형돈은 질끈 눈을 감았다.

 

 

 

 

 

 

 

 

불이 꺼진 방, ‘혹시라도 지용이 깰까.’ 어림짐작으로 방향을 가늠하며 이불을 깔고 축 쳐진

지용의 몸을 자리에 누였다. 자궁 속에 있는 아기처럼 모로 웅크리고 잠든 지용의 뒷모습이

자꾸만 형돈의 마음을 저릿하게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지용의 트렌치코트와 양말을 벗기고

고개를 살짝 들어 바로 누여준다 그때였다. 라운드 진 니트 위로 제 손에 끼어져 있는 것과

꼭 같은 반지가 그 아이의 목 부근에서 달랑거렸다. 그 모양이 그의 가슴을 덜컹이게 했다

 

‘어둠에 익숙해질 때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선명하게 각인 되듯이, 나의 생(生)

가장 가까운 자리에 너를 데려다 놓고도 말 한 마디 건넬 수 없는 지금에야 나는 실감한다.

그 긴 세월, 내가 얼마나 너를 그리워했었는지, 내가 얼마나 너를 붙잡고 싶었는지, 그때의

내가 얼마나 비겁했었는지,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지용이 누운 쪽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자꾸만 지용의 얼굴로

향하려는 자신의 손을 그러쥐면서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이 아이의 갈색동공을 상상하고,

칼날 보다 날카롭고 정연한 콧날을 그려보고, 차가운 인상과는 다르게, 웃을 때면 개구지게

변하는 입술을 떠올렸다. 억지로라도 잊어보려고 수면유도제를 빌려 겨우겨우 잠이 들어도,

지난 십년간 단 한순간도 잊을 수가 없었던 사람이 제 곁에 있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너 맞아? 권지용, 지용이 네가 맞는 거냐??” 자신의 맞은편에서 깊은 잠에든 지용은

아무런 대답도 주지 않았지만 그는 믹스커피 여러 잔을 연거푸 마신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이른 여명이 밝아올 때, 제 눈 속에 담기는 지용을 마주한 순간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시도 잊을 수 없었으되 결코 현실일수 없었던 한 존재가 현실이 되는 순간, 애써 눌러온

진심이 밤하늘에서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유성처럼 말이 되어 흩어졌다. 감출 수가 없었다.

 

“지용아, 정말 보고 싶었어. 단 한시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어. 네가 없는 내 인생 같은 건,

생각해본 일도 없고. 너무 오래 내 마음을 속이고 도망만 다녀서 미안해. 너한테 몇 번이나

찾아가고 싶었는지 넌 모를 거다. 하지만 내 진심 네가 몰라도 상관없어. 내가 사는 동안에

꼭 한 번만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며 살겠다고 기도 했으니까. 그 바람만

이루어주신다면 이후로 너를 평생 못보고 살게 된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어.

당신을 믿지는 않지만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믿는다고. 불쌍했나. 정말 이루어 주셨네.“

 

‘후훗.' 무의식중에 비어져 나오는 웃음이 때 이른 여명처럼 고요히 적막한 방안에 퍼졌다.

그와 동시에 저도 모르게 지용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그가 지레 놀라

숨까지 멈추며 손을 거둬들였다. 지용의 얼굴을 살피던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순간,

눈을 감은 지용이 거침없이 한 손을 그에게 뻗친다. 손을 잡혔을 뿐인데 꼼짝할 수가 없다.

 

“진짜 꺼져준다니까 잡는 건 뭐야? 밀고 당기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놔준다고 할 걸,

괜히 개고생 했잖아. 무슨 똥개 훈련도 아니고 사람을 쥐락펴락! 정말 한 대 패주고 싶은데

당신 고백이 꽤 들어줄만 해서 참는 거야 앞으로는 나한테서 빼도 박도 못할 테니 각오해.“

 

“너!!!! 안 잤어??” 지용은 대답대신 완력으로 그의 몸을 바닥에 누인 뒤, 입술을 부딪칠 듯

가까이 다가왔다. “저, 저리가!!” 그의 반응에 신이 난 듯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매만지던

지용이 그의 몸을 꼭 끌어안는다. “지용아.” 형돈의 부름과 동시에 지용의 어깨가 들썩였다

 

“당신 정말, 정말 나한테 잡혀주네. 내가, 내가 안을 수도 있구나. 이렇게 잡혀줄 거, 진즉에

좀 져주지 그랬어? 당신 그거 알아? 내 소원은 이렇게 당신을 안아보는 거였어. 내손이 닿는

자리에 당신이 있고, 지금처럼 당신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고!! 나는 지금도 그래.

그러니까 나 두고 가지마! 같이 있기 싫으면 여기, 내가 아는 곳에 살아. 욕심 안 부릴게.“

 

“권지용, 지구는 시간당 1670Km를 회전해. 초속 464m의 속도로 돌면서, 초속으로 30Kw를

나아가는 거야. 나는 그동안 너로부터 도망 다녔지만 그만큼의 속도로 너를 향해 달려왔어.

더는 아무데도 안가. 이제 내가 네 부름에 대답할 차례야. 지용아, 우리 같은 별보고 살자.“

 

‘아!!’ 그의 말을 듣던 지용의 입에서 말보다 깊은 탄성과 오랜 시간 삭인 울음이 쏟아졌다.

 

‘무작정 나를 향해 달려오던 너, 넘쳐흐르는 사랑이 나를 흔들어, 끝없이 달음박질 쳤던 나.

그렇게 영원히 변할 수도, 만날 수도 없는 평행선처럼 어긋나기만 하던 우리. 사랑 앞에서

서툴기 짝이 없던 너와 나는 열 번의 사계와, 계절에 따라 사십 번의 별자리 이동이 일어난

하늘아래에서 처음처럼 뜨겁고 간절하게, 시작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어긋난 것도, 끝난 것도 아니었다. 같은 자리를 돌고 돌며 우주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행성처럼 서로의 진심에 답하게 되기를 기다렸을 뿐, 사랑이 우리를 부르는 오늘 같은 날에.‘

 

 

 

사진은 다음 블로거 E연님의 작품입니다.

 

 

 

할 말이 정말 많을 것 같았는데 다 쓴 글을 앞에 두고서 할 말을 찾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답을 모르는 문제를 풀긴 했는데 풀고 나서도 ‘내가 어떻게 풀었더라.’ 아연하기만하네요.)

 

세상을 사는동안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제 마음 하나 추스르지 못해서,

저를 알지도 못하는 지용이, 그 예쁘고 안쓰러운 녀석에게 심통을 내며 엉뚱한 글을 써대고

넘치는 마음을 담지 못해 내내 도망갈 궁리를 하기도 하다, 새삼스레 날을 세우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모든 이유들, 그 모든 부침들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람을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제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밝거나, 어둡거나, 사랑스럽거나, 혹은 까칠한 순간에도,

제 본연(本然)은 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제 안에 살아 있어 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지용이 미워!’를 외치는 순간에도 사실은 지용이를 예뻐하는 것처럼. ^^ 정말 중증입니다.)

 

                                                                                     -2014年 03月 16日 Am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