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Drama/형용돈죵愛빠지다

[형용돈죵] 우리들의 인디안 썸머 (부제 :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3))

Betty1983 2014. 5. 31. 09:15

 

이 사진은 지용이(G-Dragon)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하늘은 이다지도 푸르고,

                                                                                   한 점 구름마저도 이토록 찬란한데,

                                                                                                     다만 그대가 사라졌다.

                                                                                    이제, 그 무엇도 더는 푸르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더는 찬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대가 내 곁에 없을 뿐인데.

 

                                                                                       -Betty : 無題-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사랑해요’ 뜬 눈으로 밤을 세우시피 했는데도 유라의 의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또렷해진다. 지글지글 멸치를 볶는 사이에도, 보글보글 찌개가 끓는 와중에도

자신의 남편이 지용에게 보낸 메신저의 대화내용이 귓가에 윙윙거려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마음과 달리, 그녀의 손은 기계적으로 정갈한 밥상을 차려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피식’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웃음을 쓰게 내뱉은 그녀가 밥 두 공기를 퍼서 ‘탁’소리 날만큼

식탁위에 내려놓는다. 기왕 차린 밥, 입맛이 있든 없든 억지로 쑤셔 넣기라도 해야 무엇이든

생각을 하고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라면 남편을 깨워 식탁에 마주 앉았겠지만,

지금은 얼굴은 고사하고 그림자도 보기 싫었다. 그녀는 의자에 주저앉아 밥알만 씹어댄다.

 

한입, ‘무한도전 제작진의 연락으로 형과 메신저를 주고받아야 될 것 같다.‘며 이유도 없이

미안해하던 지용의 목소리를 씹었다. 두입, 만취한 상태로 지용의 이름을 불러대던 남편의

눈물 섞인 음성을 삼켰다. 세입, 존대까지 해가며 한껏 들뜬 얼굴로 사랑고백 따위를 했을

남자의 얼굴을 전투적으로 씹어 삼키려는 찰나, 극심한 사래에 들리고 말았다. ‘콜록콜록!!’

그녀가 자지러질듯 기침을 한 것과, 익숙한 남자의 손이 물 잔을 내민 것은 거의 동시였다.

 

“괜찮아? 천천히 먹지 않고.” 발개진 얼굴, 충혈 된 두 눈이 멎은 자리에는 남편이 서있었다.

무심한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숙취 때문에 부대끼는 몸을 겨우 가누면서도 자신에게

물 잔을 내미는 것이다. 부인 몰래 일본까지 날아가 연인을 만나고온 남자, 밤 새 쌍둥이를

함께 돌보며 웃고 울었던 남편, 제 눈앞에서 정신을 놓은 채 연인의 이름을 부르던 남자와,

사래 든 자신을 살뜰히도 챙겨주는 남편. ‘대체 당신의 진짜 얼굴은 뭐야? 차라리 말을 해!’

 

눈앞의 남편을 낯선 사람인양 노려보던 그녀가 서슬 퍼런 손길로 가차 없이 물 잔을 쳐냈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처참히 부서져 흩어지는 유리파편들, 영문 모르는 얼굴로

당혹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들, 그사이에 이질적으로 놓여있는 정갈한 아침상.

‘결혼생활은 무너졌고, 신뢰는 깨어졌는데 난 왜 안간힘을 쓰는 걸까. 바보 등신 천치처럼.’

흐트러진 숨을 내뱉던 유라는 제 손으로 아침식탁을 쓸어버리며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가식 떨지 마! 당신이 나 몰래 어떤 새끼를 만나고 다녔는지, 그놈이랑 뭔 짓거리를 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말 안하고 모른 척 해주니까 내가 만만했어? 아니면 마누라가 우습든?

G-Dragon인지, 권지용인지, 번지수도 없는 놈한테 미쳐있으면서 좋은 남편인 척 하지 마!!

당신을 믿었던 나, 너를 신뢰한 내가 증오스러워서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숨소리도 삼켜!!“

 

혼돈스럽던 남편의 얼굴이 점차 하얗게 질리더니, 끝내는 경악으로 뒤덮이는 모양을 쓰디쓴

웃음으로 되받아친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까. 무심결에 앞으로 한발을 내딛는 찰나,

자신보다 한 박자 빠른 남편의 손길이 그녀의 몸을 뒤로 밀친다. “유리조각 있어. 다친다.”

예상치 못한 완력에 당황한 그녀가 휘청대며 몸을 가눴을 때 가장 먼저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를 밟고 서있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넋이 나간 것처럼 통증이 오는지도 모르는 눈치다.

 

“당신 미쳤어?” 그녀는 재빨리 슬리퍼를 꿰차신고, 남편의 손을 끌어 식탁 의자에 앉힌 다음

찬찬히 발바닥을 살폈다. 급한 대로 핀셋과 구급상자를 찾아 유리조각을 빼고 소독을 한 후

붕대로 감았을까.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 같은 남편의 시선이 내내 머물렀을 제 머리 위로,

아프고도 단호한 음성이 떨어졌다. “당신이 뭘 알았든 전부사실이야. 내가 지용이 사랑해.”

 

“하하하. 하하하.” 화가 나다못해 기가 차니 외려 웃음이 터졌다. 유라는 미친 듯이 웃으며

남편의 발을 잡았던 손을 놓고 일어나 팔짱을 낀 채 그의 말간 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게 지금 말이야!! 그 따위 소리 지껄일 거면 왜 나 대신 유리 밟았니? 너 되게 웃긴다.”

 

연애할 때도, 결혼하고 나서도, 단 한 번도 자신에게  하대를 한 적이 없는 아내의 내림 말.

늘 평온하던 아내의 두 눈에 걷잡을 수없는 파도가 일렁이듯 기이한 광기(狂氣)가넘실댄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나는 지용이랑 뭘 어찌해 보겠다는 생각,

지용이도 나랑 어떻게 해보겠다는 마음 같은 거, 추호도 없었어.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난, 그 아이 손을 잡고 어디든 가고 싶었어. 당신 말대로 미친놈이라서. 근데, 안 된다더라.

그 어린 게, 날 지켜주겠데. 내 주변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얼굴만 보게 해달라잖아.

 

사랑한다면서, 내가 자기한테 마음 기운 거 뻔히 알면서 아무것도 욕심을 안내. 욕심날까봐

함부로 안지도 못하겠데. 그런 애를, 그런 마음으로 죄다 내주는 애를 어떻게 사랑 안하니?

당신 말대로, 당신이 내 마누라인데, 다 알고 묻는다는데, 어떻게 당신을 기만할 수 있겠어.“

 

“네가 아주 제대로 미쳤구나? 아주 돌아버렸어! 차라리 죽어!! 내 눈앞에서 뒤져버리라고!!”

 

이성을 놓은 유라가 여기저기 가릴 것 없이 남편의 몸을 때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안아주던

따뜻한 가슴팍을 매섭게 내리치고, 언젠가 술 취한 저를 업어주던 커다란 등짝을 두들기고,

때리고, 할퀴고, 꼬집다 지쳐 주저앉을 때까지, 남편은 고스란히 제 손길을 받아내고 있다.

이윽고 더 쓸 힘이 남지 않은 제가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자, 남편은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미안해. 미안하다. 내가 네 믿음을 져버린 거, 네 마음 배신하고 딴 눈판 거 변명 안할게.

무조건 내가 잘못한 거고, 미안해야 하는 일이야. 정말 미안하다. 다 내 잘못, 내 탓이야.“

 

GD를 사랑한다고 마누라에게 거침없이 내뱉는 남편 역할을 할 거라면 뻔뻔해야 하지 않나,

악역 중 최고의 악역을 자처할 거라면, 상대가 마음껏 미워할 권리는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왜 당신은 내게 진심으로 미안해할까. 왜, 권지용 그 사람과 꼭 같은 눈으로 날 보는 걸까.

오버랩 되는 두 사람의 모습에 흔들리고 있는 난 또 뭘까. 내가 점점 미쳐가는 것만 같다.‘

유라는 본인도 받아들일 수없는 자신의 마음상태에 울렁증을 겪다가 발악하듯 소리 지른다.

 

“둘이 짰니? GD도 나한테 무릎 꿇고 지 잘못이다 씨부리더니 당신도야? 쌍으로 미쳤구나!!

걱정 마. 돌아가면서 사과하지 않아도 지은 죄가 있으니 원대로 같이 엿 먹여 줄 생각이야.

당신도 죽고, 당신이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하는 GD인지, 지랄인지도 죽고, 나도 죽으면 돼.

내가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는데, 내 사람이 날 져버렸는데, 뭘 더 기대하고 살아?

아이? 웃기지 말라 그래. 여자는 포기 한다 쳐도, 엄마는 사람도 아니니? 네가 알아서해.“

 

“당신, 누구를 만났다고? 지용이, 그 아이를 만났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언제, 왜 만나!”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남편의 얼굴을 목도하는 일.’ 그것은 그녀에게 미묘한 쾌감과 처참한

자괴감을 동시에 불러왔다. 제가 상처받은 만큼 남편이 아프면 속 시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마음이 쓰라렸고, GD, 권지용이란 이름 하나에 총상을 입은 병사처럼

괴로워하는 얼굴을 마주하자, ‘권지용을 향한 마음이 진심이구나.’ 싶어 맥이 빠졌던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될 대로 되라 싶기도 했다. 이도저도 안 된다면 죄다 끝내버리고 싶었다.

 

“말 그대로야. 내가 GD만났고, GD는 빌었고, 어쩔 셈이냐 물으니까 외국으로 나간다더라?

내가 인정할 때까지 다시 부를 때까지 안 돌아오겠다고. 그러니 난 절대 부르지 않을 거야.

GD가 외국에서 죽든 말든, 당신이란 남자가 술에 절어 살든 말든, 내 알바 아닌 일이니까.

당신이 이혼하겠다면, 아이의 아빠자리까지 포기하는 걸로 알고 내 입으로 다 까버릴 거고,

당신이 나 몰래 GD랑 연락을 하거나, 따로 만난다면 머지않아 기자들도 알게 해줄 테니까.

나는 버렸다 해도 아이들은 어떨까? 당신은 그렇다 쳐도 GD는? 이게 진정한 시궁창이지.“

 

산불처럼 번지는 마음의 화기(火氣)가 그녀의 입 밖으로 타오를 듯 쏟아졌다. “유라야......”

반 울상이 된 남편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왜 이제 실감이 나?”

그녀가 세 된 목소리를 내며 짜증스럽게 다리를 터는데도 남편은 제 다리를 놓을 줄 몰랐다

 

“당신한테 성실하지 못한 거 미안해. 아이아빠로써 모범이 되지 못한 것도. 하지만 부탁해.

지용이, 그 아이의 앞길까지 막지는 말아줘. 당신이 나를 비난하고, 힐난하고, 미워하는 건

당연하고, 당연한 일이니까 내가 받을게. 내 마음 거두지 못한 내 잘못이니까 모두 받을게.

 

유라야,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당신을 져버린 게 아니라고. 그럴 수 있었다면,

그 아이 보는 동안 죄책감 따위 없었겠지. 사람이길 포기했다면, 차라리 우린 편했을 거야.

눈 가리고 아옹, 적당히 속이고, 대충 넘기고, 들키면 어설픈 변명이나 늘어놓으면 되니까.

 

그런데 그게 안 됐어. 그 아이가 진심이고, 내가 진심이고, 또 당신과 아이들이 소중하니까.

그래서 당신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했던 것처럼, 그 애와도 같이 걸어가고 싶었던 거야.

누구도 다치기를 바라지 않아서, 그 누구도 포기할 수 없어서, 내가 여기까지 질질 끌었어.

그러니까 지용이, 그 아이만은 가만히 놔두자.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 그게 무엇이든지.“

 

 

 

 

   Title : 착해 빠졌어 (Stupid In Love)     Song By : 소유&매드 클라운 (Mad Clown)

  

   니 입술이 나를 욕해도 난 아니 아니야
   니 마음이 나를 접어도 난 아니 아니야
   내 눈물의 의미를 왜 몰라
   끝내자는 게 아니야 안아 달란 말이야

   평소완 다른 말투, 심장이 시큰해
   난 니가 낯설었고 비가 내릴 듯 하늘은 시커매
   반복된 실망과 다툼 속 서로는 지쳤고,
   넌 아마도 오늘 여기서 내게
   꼭 이별을 말할 것 같아
   순간 가슴에 불지른 듯 나도 모르게 소리쳤지
   밀치고 부딪히고 널 보며 진저리 쳤지
   너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서
   날 쳐다보고만 있어
   항상 그랬지 난 모질고 넌 지겹게 착해 빠졌어

   니 입술이 나를 욕해도 난 아니 아니야
   니 마음이 나를 접어도 난 아니 아니야
   내 눈물의 의미를 왜 몰라
   끝내자는 게 아니야 안아 달란 말이야

   혼자 아닌 둘이라 넌 더 외롭다 했어
   슬픈 표정으로 넌 물었지
   내 말 이해 할 수 있어?
   난 귀찮고 바쁘단 핑계로 널 짐처럼 취급했지
   믿음은 플라스틱처럼 부러져
   니 의심 지긋지긋했지
   그리고 너희 집 앞 바래다준 마지막에
   어김없이 폭탄 터졌지
   참 더럽게도 징하게 서로를 밀쳤고
   욕을 뱉고 우린 미쳤고 now we can't go back
   누군가 그랬지 계절은 이별을 데리고 오네

   계속 그렇게 거친 말을 해
   다신 안볼 듯 상처를 내봐
   어차피 끝낼 맘이면 좀 더 제대로 나쁜 척해봐
   너 짜증나게 굴지마 누굴 만나든 잘 살테니까
   뒤늦게 다시 날 찾을 때
   난 절대로 거기 없으니까

   그냥 꺼지라 했지 울먹이는 니 모습
   지겨워서 바보같이 아파하는
   그 꼴 봐주기 힘겨워서
   미안해 할 것 없어 주저하지 말고 말해 어서
   이별의 순간 난 여전히 못났고
   넌 끝까지 착해빠졌어

   헤어지잔 말이 아니야 난 아니 아니야
   싫어졌다는 말이 아니야 난 아니 아니야
   내 눈물의 의미를 왜 몰라
   잡아달란 말이야 안아달란 말이야

   가지마 내 눈에 써놨잖아 내 눈물이 말하잖아

   멀어져가는 우리 바라보기만 할 뿐 잡지 않아
   길었던 연애의 끝 서로의 마음은 닿지 않아

   제발 예전의 너로 돌아와 가지마 가지마

   이제 끝낼 시간 somebody got to say goodbye
   미안해 난 널 더는 사랑 하지 않아
   진심? 와 닿지 않아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  
   괜찮아 날 욕해 넌 왜 끝까지
   멍청하게 그리 착해 빠졌어
   서로의 맘 헤프게 떠들며 그저 시간만 끌었지
   너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난 언제나 너의 최악이었지
   알아 너가 더 참고 더 울고 더 외로웠어
   이별의 순간 난 여전히 못났고
   끝내 널 잡지 못했어

   평소완 다른 말투, 심장이 시큰해
   난 니가 낯설었고 비가 내릴 듯 하늘은 시커매
   반복된 실망과 다툼 속 서로는 지쳤고
   넌 아마도 오늘 여기서 내게
   꼭 이별을 말할 것 같아  

 

 

 

 

공연할 무대를 스캔하던 지용의 시선이 일순 한곳에 붙박였다. 무대 밖으로 통하는 문 앞에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연인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서 심장이 절로 쿵하며 떨어져 내린다.

‘여기 형이 올 리가 없잖아.’ 쓰게 웃은 지용이 더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흔들었을까.

 

자신의 연인처럼 보이던 그 형체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무작정 제 손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형....??’ 너무 놀라 소리가 되지 못한 부름이 목울대에 걸렸다. 지용은 미묘한 울컥거림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어떻게 왔냐고, 이렇게 와도 되느냐고 물어야 한다는 이성의 소리보다,

그리웠다고, 와줘서 고맙다고 아우성치는 마음에 충실하고 싶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다.

 

‘그것이 비록 내 숨통을 조이고 가슴에 상처를 내는 악몽이라도 그 이름 또한 당신이라면.’

 

 

 

317

 

   

 

어둠이 내린 거리, 공연장 인근 카페에 지용을 앉힌 형돈이 미리 산 초밥을 꺼내 세팅한다.

묻고 싶은 게 많을 텐데도 젓가락을 반으로 갈라 한손에 쥐어주자 묵묵히 초밥을 먹어준다.

간간이 눈이 마주치면, 예쁜 눈을 반달로 접어가며 웃어주는 지용의 모습에 가슴이 저렸다.

 

아내의 동의를 얻어 오사카 행 티켓을 끊고 이곳에 오는 내내, 이것은 ‘지용을 위한 일이다.’

몇 번이고 스스로를 위무하고, 달래며, 굳세게 마음을 먹었는데도 막상 말간 지용의 얼굴을

눈앞에 대하자 숱한 결심들을 버리고만 싶었다. 그가 차마 지용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그대로 떨구었을까. 그때 지용의 손길이 제 턱에 닿아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렸다.

 

“형, 오랜만에 보는데 이러기예요? 오늘 보면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나 얼굴 좀 보여줘요.”

 

종전과 다름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음성, 예상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평화롭기까지 한

지용의 얼굴이 그의 가슴을 찢어놓고 있었다. ‘다 아는구나.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아는구나.

그런데 왜 웃고 있는 거니 어째서 원망도 하지 않는 거니. 네가 이러면 나는 어쩌라고......‘

목울대로 치받친 말들은 말이 아닌 눈물로 쏟아졌다. 그는 탁자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였다.

 

“형, 울지 마요. 미안해하지도 마요. 형이 나를 사랑한다는 거, 최선을 다했다는 거 알아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도요.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난 이미 차고 넘치게 받았어요.

가족도, 친구도, 멤버들도, 나를 연호하는 팬들로도 내 마음속에 구멍을 메우지는 못했는데

형이 그 구멍을 메워줬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 상처투성이에 겁쟁이인 날 사랑해줬잖아요.

나는 그걸로 충분하니까, 난 괜찮으니까, 형은 편하게 가도 돼요. 내가 형 보내줄게요......“

 

“권지용, 이 바보야. 비겁하다고 해야지. 못났다고 해야지. 화내고 따지기라도 해야지......”

 

“형,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제 말이 끝나자 눈앞의 연인은 꺼이꺼이 오열하며

자신의 손을 붙잡고 놓을 줄 몰랐다. 한손으로 가만히 그의 어깨를 토닥이던 지용이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몸을 곧추세웠다. “일어나요. 나, 이 카페에 형 남겨두고 못가요.”

 

지용의 말에 따라 어렵사리 몸을 일으킨 형돈이 눈물로 얼룩진 만면에 설운 미소를 띄우며

발치에 놓여있던 커다란 종이가방을 내민다. “상비약이야. 너 아플 때 못 챙겨 주니까......”

손에서 팔로 전달되어 오는 묵직한 느낌이 제 연인의 마음인 것만 같아 마음이 울컥거린다.

“형이 먼저 가요......” 참은 눈물로 꽉 잠긴 목에서 나오는 말들은 좀체 제 것 같지 않았다

끝까지 걱정스러운 눈길을 떼지 못하던 제 연인이 어렵사리 돌아서 카페 문 밖을 나섰을까.

그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풀린 다리를 이기지 못해서 주저앉는 지용이다.

 

‘와르르’ 무의식중에 제 손이 놓쳐버린 가방에서 갖은 약이 쏟아졌다. 상처에 쓰는 밴드부터

감기약이며 두통약, 근육통 완화제 같은 기본 상비약은 물론이고, 영양제며 피로회복제까지

약국에 있는 약이란 약은 작정하고 쓸어온 것 같았다. 연락이 안 되는 것은 웃고 넘기면서도,

공연 중 발목이 삐거나, 무리한 스케줄로 몸살이라도 앓을라치면 늘 정색하며 걱정해 주던,

동글동글한 이목구비에 어울리지 않게 화를 내기도하던 그의 얼굴이 떠올라 코끝이 찡했다.

그때였다. 흩어진 약들 사이에서 새하얀 편지 한 장을 발견한 것은. 지용의 시선이 흔들렸다.

 

 

 

 

 지용아, 형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서로를 다치게 하는 게 아니야.

 내가 너를 떠나는 이유,

 놓아도 놓는 것이 아닌 너를 놓는 까닭은 오로지 널 지키기 위해서다.

 

 사랑하는 지용아.

 만나지 못한다고 사랑이 끝나는 것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야.

 난 숨 쉬는 매순간 널 생각하고, 너를 염려하며 그렇게 내 방식대로 널 사랑할 테니까.

 

 만일 이 방법으로 너를 지킬 수가 없다면,

 나는,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낼 생각이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고, 인생 귀한 줄 모르는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좋아.

 내 바람은 오직 하나.

 네가 행복하고 또 행복한 거니까.

 

 남들처럼 살아도,

 남들이 가진 것, 그보다 넘치게 가졌다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내게 말해도,

 더 없이 비루하고 고단했던 내 삶에 너는 다시없을 축복이야.

 

 지용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가슴이 저리다는 것, 가슴이 아파서 숨도 쉴 수 없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지용이 편지를 가슴에 묻은 채 울음을 쏟는다. 수그린 고개,

격렬하게 흔들리는 어깨, 참으려, 참아보려 애를 쓰던 울음이 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을 때,

지용은 편지를 그러쥐고 미친 사람처럼 거리로 달려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형을

보낼 수가 없다고, 가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데, 사랑한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당신이 없다.

 

‘내가 결코 깨고 싶지 않았던 당신이라는 악몽(愕夢)은 그렇게 사라졌다. 마치 거짓말처럼.’

 

 

 

위 사진은 해피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E연님의 작품입니다.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니, 쓰는 내내 성에 차지 않아서 계속 멈칫했습니다.

(‘이렇게 밖에 못가나, 이길 밖에 없는가, 이것이 최선인가.’ 몇 번을 물었는지 모르겠네요.)

 

뜻하지 않은 폭탄을 맞고, 그 와중에도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무책임하게 팽개치고 싶었고, 다 때려치우면 편할 것 같았고, ‘내가 뭐하는 건가’ 싶었어요.

글을 붙잡고 늘어지다 기절하듯 잠이 들면 새벽 3시, 깨어나면 방 불이 환히 켜 있곤 했죠.

 

세상은 고요하고,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수가 없어서 울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어딘가 한군데씩은 절뚝이면서도 똑바로 걸어보려고 이렇게 애를 쓰는구나.’싶었죠.

그 와중에도 만날 수없는 누군가가 그리워 웃음이 나기도, 가슴 한편이 싸해지게도 했네요.

 

그 모든 순간들을 통과한 글,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과, 두려움이 녹아든 가여운 아이들이,

이 글을 읽어주시는 꽃 같은 분들에게도 꽃 같이 남게 되기를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2014年 05月 29日 Am02:48-

 

 

덧말:愕(놀라울 악) 夢(꿈 몽) 글 중간에 쓰인 한자어의 의미입니다.(나쁜 꿈은 아닌 거죠.)

      이번주 집안 행사관계로 답글이 늦어지는 점 양해해주세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