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발자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세상이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지마라. 세상은 너를 가진 적이 없다.
-에르빈 롬멜- |
이 글귀는 선택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세상에 나고 자라 이날까지 살아오는 동안 세상을 원망한 적은 없었다.
아니, 누군가, 무언가를 붙들고 애꿎은 원망을 쏟아내는 일보다,
나를 붙들고, 스스로를 쥐어짜며 돌아보는 법을 앞서 배운 덕분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다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고는 했었다.
'왜 하필, 나는 이 따위로 생겨 먹었을까. 이 따위로 생긴 나를 어째서 포기하지 못하는가.'
'평범해져라. 평범해져야 한다. 튀는 행동은 하는 게 아니다.'
평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평범해지는 것인지, 내가 행한 튀는 일은 무엇인지,
그 무엇도 분간할 수가 없었던 때부터 어른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충고들은,
내 안의 에너지를 엄격하게 통제하게 했고, 기를 쓰고 억누르게 했으며, 아무도 몰래 감추게 해주었다.
그 덕분에 세상은 나를 버리지 않았으되, 나 스스로 세상을 져버렸다는 생각.
나는 썩 괜찮으되, 조금도 괜찮지가 않아서 적당히, 평범한 일상속에 묻혀 살면서도 내면의 전쟁은 계속 되었고,
그 전쟁의 끝에 남은 것은 세상을 향한 냉소와 나 스스로에 대한 철저한 침묵이었다.
그렇게 나는 세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졌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어지럼증을 느끼는, 홀로인 것이 편안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방안에 틀어박혀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위인전기 따위에 눈을 빛내던 꼬마아이.
허약한 체질 때문에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해 인형과 친구하던 당신의 딸이,
누구보다 밝고 씩씩하게 자라, 조금의 흠도 없는 모습으로 세상에 섞여주기를 바랐을 당신의 진정을.
'평범해지라'는 말의 의미는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색(色)을 지닌 채 세상위에 서있어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만큼 충분히 조화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