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들] 나를 감싸는 당신의 온기.
누구보다 따뜻하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깊은 마음을 지녔지만, 조금은 어려운 사람.
당신에 대한 첫 인상은 제게 그렇게 남아있었습니다.
꽤 오래전에 일촌을 맺어 놓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당신의 방에 걸음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런 까닭이었을 테지만.
제가 처음으로 당신의 공간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당신은 울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이 사전 양해도 없이 틀어졌고,
참으로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당신은 상처 받아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계셨지요.
제게는 사람이 참 어려운데,
아름답지만 어려웠던 당신은 그렇게 더 어렵기만 했는데.
나의 속단을 꾸짖기라도 하듯
당신께서는 사람으로 인해 아파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 어줍짢으나마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 당신 방에 남겨놓았던 흔적이,
겁많은 내가 당신께 건넨 첫 마음, 당신께로 향하는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마주하게 된 당신께서 내게 마음을 열게 되었을 때,
그때서야 당신은 '너와는 가까워질 수 없을 줄 알았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셨지요.
당신의 말을 듣고난 뒤 저는 안도했고 또 살짝 미소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쉽사리 풀어낼 수 없는 스핑크스의 수수깨끼 같았구나.
귀한 것을 얻기 위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는 것처럼,
'우리는 또한 그렇게 서로를 찾아서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던 거구나'하고 말입니다.
속으로는 반가워하면서도 그저 말없이 웃고 앉아있기 일쑤인 나와,
선뜻 손을 잡아주고 스스럼없이 안아주면서도 알콜이 들어가야만 풀어지는 당신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그저 멋쩍은 웃음만 나누며 지났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께서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신의 안위를 염려하고 남몰래 당신의 방에 찾아가기도 한다는 것.
당신께서 큰 일을 겪고도 씩씩하게 지내시는 모습에 안도하며 돌아오곤 한다는 것.
그렇게, 언제나, 늘 당신의 행복과 평안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나못지 않게, 알게 모르게 나를 염려해 주던 당신이,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없이 건넨 마음 하나에 깜깜하기만 하던 이 며칠이 환해졌다는 것도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이 때 취향을 버리지 못하고,
초콜렛이니, 곰인형이니 하는 유치찬란한 것들을 좋아라 하는데도,
나무라지 않고 외려 살뜰하게 챙겨주는 당신의 마음이 나를 참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달달한 초콜렛의 향기가 나를 한 번 행복하게 했다면,
또 다른 당신이 꾹끅 늘러 담아온 향긋한 차들은 차가운 내 손에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물대신 차를 달고 산다고 지나가듯 했던 말을 기억하여 건네준 마음이,
먼 길 올 가방, 결코 가볍지 않았을 짐들 사이에서 나를 떠올려준 당신의 진정이 나는 또 고맙습니다.
어리버리 하다고, 승질 한 번 지랄 맞다고 할 말 다하면서도 나를 유쾌하게 하는 사람.
누군가와의 동행이 어색하기만 한 나라도,
낯선 곳에 가는 것을 꺼리는 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하게 만드는 당신.
당신이 계셔서 어딘지 모르게 든든하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두 시간도 못잤으면서 젖은 내 바지를 드라이기로 일일이 말려주던,
그 아침 당신의 손길을 나는 오래오래 기억하게 되겠지요. 아마도 잊지 못할 겁니다.
'사랑 받는 거 알지요?' 다정하게 물어주던 언니들.
행여나 길을 잃을까 집에 들어갈 때까지 어디냐고 챙겨주던 살뜰한 마음들.
모른 척, 아닌 척, 살며시 다가와 물어주는 안부들.
내가 달아나고 싶을 때마다
나를 붙들어주는 우리의 모든 순간들에게 제 진심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