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말을 걸다] 나의 삶, 한 떨기 꽃처럼.
발자욱 作 : 이외수 내가 원해서 내 목숨이 조금씩 스러지고 스러진 목숨 뒤에는 꽃이 피게 하소서. 발자욱마다 면목 없는 서른의 나이 고이는 빗물이든 담기는 눈송이건 모두가 내 마음 전부는 아니었으니. 이제는 눈물로나 가득 채울 일. 채운 뒤에 내 뜻대로 텅 비우게 하소서. 광대무변한 이 우주에서 내 존재는 한톨 먼지보다 미미할 것이나, 비록 제 뜻대로 눈감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일지언정,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동안만은 깨어있고 또 깨어있게 하소서. 평안함과 안이함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는 자각을 주시고, 단편적인 것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도록, 앞서 나 스스로를 경계하고 돌아볼 줄 아는 겸양을 잃지 않게 하소서. 상처투성이, 만신창이인 가슴을 안고 살게 되더라도, 이슬 보다 맑은 영혼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서게 하시고, 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뜨거운 가슴으로 안을 수 있게 하소서. 감히 바라건데, 내 나이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게 하소서.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하시고, 설령 분노했을 때라도 경솔한 언행 대신 스스로를 다스리는 고요한 침묵을 주시며, 그 모든 소용돌이 속에서도 나의 중심을 지킬 수 있는 강단을 허락하소서. 말을 아끼되 행동으로 보여 지게 하시고, 행동으로 보여 지게 하되 필요한 순간에는 소리 내어 말하게 하소서. 배려하되 타협하지 않게 하시고, 강인하되 유연히 사고하게 하소서. 세상 모든 것을 가슴에 담게 하시되, 그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게 하시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되, 그 마음이 족쇄가 되지 않게 하소서. 우리 서로가 불완전하고 나약함을 인정하게 하시되, 불완전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함으로 하여 온전한 사람으로 성정하게 하시고, 내 영혼을 다해 그대를 사랑한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충만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