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언젠가] 당신이 지금을 웃으며 회상하기를.
Title : 먼 훗날 언젠가 Song By : 신해철
나 거친 삶 속에서 너와 마주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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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신해철이나 넥스트의 음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한 축이다.
내가 신해철이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심심할 때 들춘 잡자에서 그의 인터뷰를 읽고 난 뒤인데,
(나는 마음이 동해야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며, 인간적으로 실망하고 나면 조용히 정리하는 지랄을 탑제하고 있다.)
자신의 연인이 암투병 중인 상황에서 결혼을 한다는 것 때문에 한창 이슈가 되고 있었다.
정말 사랑했지만 여자친구가 암이라니까 '돈 다 까먹고 패가망신 하는 병'이라며 주변에서 하도 만류하여,
결국에는 헤어졌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나로써는 자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여자친구 간호를 해주고 싶은데 연인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남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천지차이여서 결혼을 결심했다며,
어차피 힘이 되어줄 거라면 그 사람이 제일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먹먹해진 기억이 있다.
그후 그는 정말 결혼을 했고 아내가 몇 번의 암 재발을 겪는 와중에도 묵묵히 그 곁을 지켜주었으며,
한국사회에서 결혼한 여자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큰 결함으로 여겨질 것이 분명함에도,
자신의 핏줄을 잇는 아이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가 한때 대마초로 곤욕을 치룬적이 있다는 것도, 여전히 파격적인 행보와 언사를 일삼고 있다는 것도,
(결혼 전에 백 명의 여자와 자봤다고 방송에 나와 말한다던가, 사교육 반대하면서 학원물 광고를 찍는다던가 등등)
그 무엇으로도 내가 그에게 갖게 된 인간적인 신뢰를 흔들지 못한 것은.
우스개소리로 한 일화를 덧붙이자면 그는 아내와 장거리를 연애를 했는데,
그때 당시 미국에서 일본까지 날아온 아내가 주로 했던 일은 그의 게임아이템을 사주는 일이었다고 한다.
(영어를 잘 하니까 수월하게 해주었다고 하는데 정말 빵 터졌던 기억이 있다.)
만약 대마초 관련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났거나, 결혼 전이 아닌 후에 다른 사람과 스캔들을 일으켰다면,
(물론 결혼 전이었다고 해도 많은 여자와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면 나는 그를 달리 생각했을 것이다.)
'당신은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는 사람이구나.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인사였구나.'하며 실망 했을 텐데.
메스컴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조금 별나고 거칠어보였을지언정 좋은남편, 좋은 아빠로써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한 사람으로써 도덕적으로, 혹은 도의적으로 선을 넘는 일만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네 손에 물 묻히려고 너 데려온 거 아니라며 설겆이를 도맡아하는 바람에 주부습진이 생겼다는 남편,
(사람들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딸을 욕하는 댓글을 단 사람에게 달려가서 육두문자를 날리는 아빠,
최고의 연애기술은 배려라고 말하는 남자이면서 태어난 것으로 할일은 다했으니 오늘을 행복하게 살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에게 달린 악플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그의 위트와 여유를 나는 사랑한다.
Here I Stand For You, 먼 훗날 언젠가, 민물장어의 꿈같은 주옥 같은 노래를 만드는 그의 감성까지도.
최근에 밥상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에 신해철의 집이 나왔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외적으로 변한 그의 모습에 놀랐지만,
아내의 곁에서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 소식을 끝으로 그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다는 뉴스를 먼저 접하게 되니 내내 심란한 것이 사실이다.
내 영혼마저 피폐했던 그때, 빈껍데기뿐이었던 내가,
당신으로 인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으니,
온 마음에 그 순간의 감동과 감사를 담아 당신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