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돈죵]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上)
이 사진은 GD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때는 서로 다른 세상에 태어나,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로 한 생(生) 살아나 볼까.
이 영혼 네가 사는 그곳에 홀연히 놓아두고,
아무도 다치지 않게, 누구도 아프지 않게.
-Betty : 無題-
사랑채내부를 은은하게 밝히는 적색좌등이 서안 앞에 좌정한 지용의 해사한 용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였다. 결곡하기 그지없는 붓놀림과,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지용의 자세는 기품마저 넘쳤다. 형돈은 곁눈질로 지용을 훔쳐보며 연상위에 놓인 벼루 곁으로 바투 앉았다. ‘소인 놈이 먹을 갈아드릴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어라.‘
풀죽은 형돈의 고개가 한층 더 깊숙이 떨어지며 먹을 가는 손놀림이 눈에 띄게 흐트러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대나무치기에만 여념이 없어보이던 지용이 소리 없이 붓을 놓고, 먹을 가느라 새카매진 형돈의 손에 제 손을 포개었다. “아이고 되련님 어찌 이라신다요.” 화들짝 놀란 형돈이 지용에게 붙들린 손을 어떻게든 빼내보려 연신 곰질거리지만 그럴수록 제 손에 닿는 완력은 점점 거세어질 뿐이다. “아따, 되련님 손까지 숯 검댕이 되잖아유.”
평소에는 마냥 우직하다가도 제 손길이 닿을라치면 귀밑까지 새빨개져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형돈의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지용은 잠깐 사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제 시선에 다정함을 담뿍 담아 형돈에게 고정했다. “내가 이리해야만 네가 웃지를 않느냐. 네 얼굴에 수심이 그득한 것을 볼 수가 없어 그런다. 내가 못나 널 또 아프게 하는구나.“
“되련님, 그 무슨 망측한 말씀이어라. 아니어라. 귀한 되련님께서 천한 소인 놈 때문에 맴
아파하시다니요 그러지마셔유. 되련님이 그리 말씀하시면 지는 고개를 들 수가 없구먼유.“
행여 제 마음이 들킬까 저어하며, 금세 면구스러운 표정으로 애써 지용의 시선을 피하지만,
아닌 척, 모른 척 만사 자신에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그의 눈빛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나직한 한숨 소리가 들리는가싶더니 부드럽고도 강인한 손길이 제 어깨를 끌어당겨 안는다.
“아니다. 넌 내 가슴에 품은 정인인데 마음 쓰이는 게 당연하지. 내 부탁하나 들어주련?”
“소인 놈이 해야 할 일이 있어라?? 되련님 말씀이면 무조건 들어야지라. 시켜만 주셔유.”
조심조심 형돈을 제 품에서 떼어놓은 지용이 제 품에서 단단히 봉해진 봉투 하나를 꺼냈다.
절도 있는 손놀림으로 거침없이 겉봉을 뜯어낸 지용이 짙은 눈으로 문서의 내용을 훑은 후, 형돈의 앞에 펼쳐놓았다. “되련님 소인 놈은 까막눈이라 봐도 모르는데 어찌이러신다요.”
‘그래 넌 모르겠지. 네 부모가 단 돈 몇 냥에 널 이집에 팔아넘겼다는 걸. 형돈아. 때로는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 것들이 있다. 장자로 난 의무감, 집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 내가 모든 것을 져버리고 너를 품으면 결국 다치는 것은 너일 거라는 끔찍한 현실 같은 것. 내가 너를 다치지 않게 해주마. 이때껏 네가 날 지켜왔던 것처럼 이제 내가 널 지켜주마.‘
애써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속엣 말을 삼킨 지용이 어떤 대답도 없이 종이에 불을 붙인다. 종이 귀퉁이에서 시작하여 이내 활활 타오른 불꽃이 그것을 흔적도 없이 삼켰을까.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는 지용의 모습이 범상치 않아, 형돈은 순연한 눈만 끔벅거릴 따름이었다. Title : 운명 Song By : 진경 왜이리 바람이 부는가
“형돈아. 넌 이제 더 이상 노비가 아니다. 이 집에서 평생 종살이 할 이유가 사라진 게야. 그러니 언젠가 네가 말한 대로 부모님 찾아 모시고 살면서 어디에도 메이지 말고 지내 거라 내가 아버님께 부탁하여 수소문 하였는데 다행히 두 분 다 무탈하시더구나. 세 식구 살집도 내가 마련해 줄 터이니 너는 염려할 것 없다. 이제 그만 고운처자 만나서 혼인도 해야지.“
“되련님 시방 그게 무슨 오뉴월 날벼락 같은 말씀이어라? 지더러 되련님 곁을 떠나라구유?
아이고, 되련님 지는 그리는 못하겠구만유. 되련님이 태어나셨을 때부터, 지가 철이란 것이 날 적부터 오로지 되련님 한분만 쳐다보고 살았어라. 지한테는 되련님이 땅이고, 하늘이고, 시상전부이구만유. 되련님이 혼례를 치루시면 죽은 듯이 살게유. 소인 놈 보기가 싫으시면, 되련님이랑 마님 계실 별당 근처에는 코빼기도 아니 비출텐게 나가란 말씀만 하지마셔유.“
방바닥에 머리를 박을 듯이 연신 조아리며 읍소하는 형돈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가슴 끝에서
치받치는 뜨거움에 제 몸이 떨려왔다. 지용은 금세 눈물이 왈각대며 쏟아질 것 같은 눈가를 한손으로 꾹꾹 누르며 남은 손으로 동그마한 형돈의 몸을 일으켜 앉힌다. “나를 보거라.” 지용의 말에도 형돈의 고개는 여전히 떨구어진 채 들릴 줄 몰랐다. 항상 제 일거수일투족을 가만히 좇다가, 필요한 것이 있을라치면 굳이 소리 내 말하지 않아도 제 곁에 가져다 놓았고, 제 부름이 들리면 매양 득달같이 달려오는 통에 넘어지기도 여러 번이었던 형돈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제 눈을 피하고 있다. 거역이라면 혼을 내야 할 것이요, 업신여기는 것이라면 그 죄를 묻는 것이 마땅할 것이나, 무참히 밟힌 채 길 한구석에 방치된 이름 모를 풀잎처럼, 형돈은 다만 기가 죽어 자신과 눈도 맞추지 못하는 것이리라. 제 정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하다, 섭섭하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느냐.' 그 흔한 투정한 번 주고 받을 수없는 거다. 이것이 형돈과 제 관계가 숙명적으로 지니고 있는 현실의 한계, 그것을 제 몸으로 부술 수도 자신의 손으로 치워줄 수도 없는 거라면 보내는 것이 백번 옳았다. ‘내가 너를 연모하니 네가 어찌되든 무조건 내 옆에 있으라.‘고 우기는 건 너무도 잔인했다. 모른 척, 눈감고 넘기면 아마도 형돈은 자신에게 평생 예속되기를 자처하겠지만, 그래서 더 더욱 그리할 수 없었다.
“형돈이 이 녀석, 나를 보래두 그런다.” 다감한 채근에 마지못해 들린 얼굴, 놀라서 유독
커진 형돈의 두 눈 가득 눈물이 넘실대고 있다. “형돈아, 어찌 그리 참담한 생각을 하느냐. 신분만 다를 뿐, 내가 태어나 장성하는 동안 내내 동고동락해온 너와 나, 우리가 아니더냐. 어머님께서 항상 말씀하셨지. 내가 어찌나 까탈스러운지 어머니 아닌 다른 사람 손을 타면, 울어대는 통에 산구완도 편히 하실 수가 없었다고. 그런데 네 얼굴만 보면 복사꽃 꽃 마냥 방실방실 웃어대어 신통히 여겼다 하셨어. 그때부터 너는 늘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워찌 이놈 가심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말씀을 하신다요. 소인 놈 되련님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구만유. 이놈을 쫓아내실 양이면 차라리 거적에 말려 맞아죽게 해주셔유. 지발로 되련님 곁은 떠나는 것보다 대감마님께 몽둥이찜질 당해 서대문 밖에 버려지는 것이 이놈에게는 백 번 행복한 일잉께요. 죽어서 나가믄 나갔지, 살아서 지발로는 절대 못가유.“ “이 녀석!! 형돈아!! 어찌 그리 모진 말을 할 수가 있어!! 내가 너 없이는 단 일각도 숨을 쉴 수 없거늘, 정녕 내 진정을 몰라 이러는 게냐. 네가 불민한 나로 인해 거적 말이 당하는 일 같은 건 철모를 때 한 번으로 족하다. 그러니 두 번 다시 그런 끔찍한 말은 담지마라.“ “허면 이놈에게 어찌 이러시는 건지.....” 풀죽은 음성으로 말꼬리를 놓아버리는 형돈을 마주보는 지용의 눈빛에 깊은 안타까움이 서린다. ‘형돈아, 아기송아지 같은 네 눈망울에, 이다지도 어여쁜 너의 눈 속에 오롯이 담기는 나, 네 순연한 눈빛에 깃드는 것은 지금처럼 평온하고 고요한 세상이어야 한다. 내가 지금 너를 놓지 않으면, 내 아버님의 손에 죽거나, 내가 너를 지켜줄 수 없는 곳에서 종살이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 하겠지. 허니, 가야해.‘
지용은 소리 없이 숨을 들이켜고, 두 주먹을 그러쥔 채 애써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쏟는다.
“형돈아,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찌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갖고 살 수가 있겠느냐. 이제 곧 혼인을 하면 내자가 이집의 안주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나는 한 여인의 부군이 된다. 선비가 되어, 한 사람의 지아비가 되어 어찌 한 지붕 아래 두 마음을 두고 살겠느냐. 나는 네가 보이든, 네가 보이지 않던, 네가 이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 길을 잃을 것인데, 이 또한 지어미에게 죄가 되는 일이야. 이건 너와 나, 그 사람, 모두에게 잔인한 처사이지.
네가 그러지 않았느냐. 아침 새도, 밤 쥐도 모르게 날 은애 하겠다, 내 그림자가 되겠다고.
그림자는 뒤에 있거나, 혹은 앞에 있더라도 그림자일 뿐이다.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는 내가 분명하지만, 결코 나와 하나가 될 수 없기도 해. 내가 널 연모할수록, 네가 날 은애할수록, 우리가 서로에게 얽혀들면 들수록 남는 것은 상처뿐일 것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거든 딱 한 가지만 생각해라. 이 모든 것은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그래도 납득이가지 않거든 그저 날 위한 일이라고 여겨도 좋다. 차라리 날 원망하려무나.“
점점 깊이를 더해가는 주인의 두 눈, 힘겨운 말을 할 때면 유난히 꼿꼿해지는 자태, 단정한
입 매무새가 미세하게 떨리는 모양이 정인의 괴로움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형돈은 파르라니 떨리는 입 꼬리를 애써 추켜올려 방긋 웃어보였다 ‘되련님 뜻이 그러시면 이놈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거구만유. 되련님이 이리하실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있겠지라. 지가 아는 되련님은 그런 분이시니께요. 되련님이 공부를 게을리 하시거나, 딴청을 피우믄, 대감마님께서 지를 혼낸다는 것을 알아차리신 뒤부텀은 말썽한 번 피운 일이 없는분잉께.‘
“알겠어라. 이놈 되련님 말씀을 찰떡맨키로 알아 묵었응께 더는 옹고집피지 않을거구만유.
고것이 되련님께서 이놈에게 바라는 일이라믄 따를텐게 맴 놓으셔유. 그리고 다시는 되련님 그림자도 밟지 않을 것잉께 천한 놈은 잊으시고 작은 마님 되실 분이랑 알콩달콩 사셔유.“
‘네가 이러니 내 너를 잡을 수가 없는 게다. 내 대신 몽둥이찜질을 당하고도 그저 웃어서,
난 네가 맞은 것도 몰랐다. 훈장선생님께 질책을 받아도, 서당 다녀오는 길에 옆길로 새도, 어쩌다 제시간에 깨지 못해 문안 인사가 늦어도, 심지어 매끼니 밥 한 톨만 남아서 나가도, 나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며 매를 맞곤 했다지. 헌데도 넌 그 흔한 원망한 번 안하더구나. 그런 네가 다른 이와 혼인한 나와 한집에 살면 얼마나 가슴앓이를 할지, 난 벌써 아프다.‘
지용은 자꾸만 쏟아지려는 제 진심을 삼키려 식어버린 찻잔을 입안에 가만히 털어 넣는다.
“내 뜻을 받아주어 고맙구나. 내일은 나와 긴히 갈 곳이 있으니 이만 들어가서 쉬 거라.”
지용의 처소를 나선 형돈은 북받치는 설움에 연신 눈물을 훔치었다. 제 눈에 감히 담아서는 안 되는, 태생부터 존귀하기 이를 데 없는 좌상 댁의 아들을 자신의 마음에 들인 순간부터,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리라’다잡고, 각오하고, 또 준비했지만 그 작별의 순간을 앞서서 알았다 해도 그 아픔이 감해지지는 않았다. '그려도 장성한 되련님을 뵈니 뿌듯하구먼유.‘
작은 손을 고물거리며 저를 향해 방싯대던 지용을 제 품에 받아 안았던 일곱 살 무렵, 맑디
맑은 눈망울에 제 눈을 맞추던 그 순간, 이미 자신의 인생은 그 작은아이에게 쏟아졌을 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저는 기꺼이 지용을 안고, 그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을 것이다. 연약하게만 느껴지던 아이가 장성하여 자신을 설레게 하는 늠름한 남자가 될 때까지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지금처럼 작별을 맞을 것인즉, 어찌 한 점 원망인들 남을 수 있으랴.
형돈은 여전히 불빛이 화안한 지용의 방을 돌아보며 고개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
되련님, 편히 주무셔유. 이놈은 곁방에서 잘텐게 혹여 악몽을 꾸시믄 언제든 부르시구유.”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지용은 행여나 울음이 새어나갈까 한손으로 제 입술을 틀어막으며 치받치는 뜨거움을 삼키었다. ‘너는 늘 그랬다 네 수발을 당연시한 내가 버릇없게 굴어도, 먹을 갈던 내가 꾸벅꾸벅 조는 모양이 하도 어여뻐 나도 모르게 입맞춤을 했을 때에도, 그 감정의 정체가 혼란스러워 부러 네게 냉정하게 굴 때에도, 무엇 하나 따져 묻지 않았었지. 헌데, 지금도 그러하느냐. 내가 너를 내치고 있거늘, 너는 내 꿈자리를 지키겠다는 게냐.‘
한사람은 문의 안에서, 또 한사람은 문의 바깥에서 다른 듯 같은 세상, 지척인 듯 가까우나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닿지 못할 멀고도 고단한 시간을 울고 또 운다. ‘형돈아, 저 달이 지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되련님, 참말로 시간을 붙들고 싶구만유.’곧 여명이 밝으면 시작될 두 사람의 마지막 소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은 그렇게 무심히도 깊어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글을 접울까 생각했습니다.(손 놓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옳고 그름을 떠나) 이 글의 주인공인 누군가는 이미 제가 포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고, 그 부분에 대해 옹호하거나, 그저 덮어두거나 그 어떤 쪽도 불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제가 무언가를 시작한 것에서부터 비롯된 의무감, 제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을 향한 애정이,
현실적인 부분은 접어두고라도 남은 이야기는 끌고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습니다. (우선 제가 글의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라도 따뜻한 시선을 줘야하기에 적어본 단편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지며 엔딩이 나야하는데 마지막 부분이 성에차지 않아 한참을 읽었습니다.
'엎을까' 하다가 영영 엎어질 것 같아서 부족한 대로 인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年 12月 03日 Am02:37-
한줄기 풀잎이 나일까
내 마음 저 깊은 땅속을 거닐다
이제야 뿌리를 내려 편히 잠들까
우지 않는 새들을 탓하였구나
나처럼 애처롭지 않더라
그리워도 날 다시 찾지는 마라
날 위해 눈물을 거둬라
고요한 세상이 오는가
해지는 하늘이 나일까
내 뒤를 따르던 그림자 하나 둘 사라져
나 홀로 길을 떠나가볼까
우지 않는 새들을 탓하였구나
나처럼 애처롭지 않더라
그리워도 날 다시 찾지는 마라
날 위해 눈물을 거둬라
검붉은 저 노을이 나에게
어서오라 손짓을 한다
이게 운명인 것을
거스를 수 없지만
가슴 위에 눈물들이 가엽다
우지 않는 새들을 탓하였구나
나처럼 애처롭지 않더라
그리워도 날 다시 찾지는 마라
날 위해 눈물을 거둬라
장지문밖에 어른거리는 형돈의 그림자, 늘 그랬듯이 우직하고 순연한 심복의 음성에 지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