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내게로 올 때] 내 영혼 다시 눈뜰 때.
만일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 병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영혼에게 피상적인 삶을 강요할 때 영혼이 너무나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뿐이다. 영혼은 아름답고 깊은 것들을 사랑한다.
파울로코엘료 : 승자는 혼자다 中에서-
|
에어컨을 풀가동하는 계절이 돌아오자 우려했던 대로 감기가 도졌다.
시작은 가벼운 코감기지만 우습게보고 방치했다가는 부비동 염으로 번지면서, 염증이 심해지고. 제대로 앓아눕게 되며,
매일 같이 병원에 내원하여 링거를 맞아주기 전에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까다로운 녀석이다.
(얼마나 도도하신지 내과 약 따위는 듣지도 않아서 무조건 이비인후과 약을 복용해 드려야 한다.)
게다가 어머니께서 주변 사람이 아픈 것에 굉장히 민감하셔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으시는지라,
나는 물론, 동생들까지 '본인 몸이 안 좋다' 싶으면 알아서 약을 챙겨먹고, 제 발로 병원을 찾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내 방에는 각종 약들이 상비되어 있고, 몸의 상태에 따라서 알맞다고 판단되는 약을 복용한다.
때마다 처방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차치하면서까지 아플 기미가 보이면 무조건 약부터 챙기는 이유는,
'이러다 말겠지.'하며 몸의 경고를 무시하는 순간 겁이 날 정도로 아파진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아픈 것은 내 사정인데)그때마다 일일이 드러내고 내색하여 누군가를 불편하게하고 싶지도 않다.
오늘도 이런 생각으로 약을 삼키고, 족욕을 하고, 뜨거운 차를 챙겨 마시다가 문득 피식하고 웃음이 새었다.
몸져누울 것 같은 증상이 찾아오면 이렇듯 지레 겁을 먹고 약부터 챙기면서, 아픈 거라면 고개를 내두를 정도로 싫으면서,
'너는 네 마음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기는 한 거니?'
어른께서는, '너를 힘들게 만드는 일,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피해가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그 말씀의 뜻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등 돌린 채, 이 손에 쥐어진 것들을 죄다 놓아버리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텐데,
어느새 모든 것을 내다버린 나는 매사에 무감동하고, 만사에 무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사람이 되고자 했고, 진정으로 평안해지고 싶었지만 외려 내 손으로 내 숨을 조여온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
혹은 옳은지, 그른지 자각조차 없었던 모든 순간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지금에서야 나는 다시 성찰한다.
'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옳지만은 않았다고, 포기하는 것과 놓아버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