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영혼의 발자취

[영혼의 발자취] 나의 가치, 혹은 당신의 가치.

Betty1983 2015. 8. 27. 01:28

 

 

 

 

인간답게 살지 말고, 인간으로 살면 돼.

 

-김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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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평소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그야말로 머리가 텅 빈 채로) 흘려보냈을 여가시간에도

다수의 의견이 옳다고 믿으며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내가 예민한 탓이겠거니 그저 지나쳐버렸을 순간들 앞에서도,

('왜?'라는 물음으로 쓰잘머리 없는 것까지) 생각하고, 분석하며, 그에 따른 추론 몇 가지를 스스로에게 열거하곤 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그러려니 할 수 있기를 바랐고, 또 그러고자 노력했지만,

한 번 바뀌어버린 시선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고, 봇물처럼 터져나온 생각들은 내 안에 그치지 않는 울림을 만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색안경 끼지 말고 만사를 단순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처럼 되지 않아 갑갑도 했다.)

 

내 생(生)의 어떤 날, 지독하게 아팠거나,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슬펐거나, 혹은 지울 수 없을 만큼 상처받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사정, 마땅히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꺼이 선택한 침묵은,

이렇듯 혼자 골몰하다, 내부에서 모든 것이 곪아 터지고 나면 스스로에게 치져 모두를 놓아버리게 했으니,

 

상대방이 너를 이용 좀 하면 어때. 그게 네 인생을 좌우할 만큼 큰 일이 아니라면 그런 가보다 하고 넘기면 되잖니.

너혼자 고고한 학처럼 살려고 들면 외톨이 밖에 더 돼? 매사를 비틀어 생각하면 누구도 두 번 이상 못 만나.

 

(한숨이 잦아졌다는 것 외에) 평소처럼 일하며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던 내게 건네진 저 두줄의 문장이 아니었다면,

(나를 어쩌지 못해서) 오늘도 여전히 선택적으로 고립된 채 혼자만의 성을 짓고 허물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혼자여도 상관 없어요.'라는 되바라진 소리를 삼키기는 했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알고 있으니.)

 

관계에는 심리적인 절실함이든, 물질적인 필요든,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든, 그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

(누군가가 좋아서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 또한 관계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나는 스스로의 기준에 치우쳐, 무의식 중에 흑백을 가리며,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못살게 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답게 살지 말고, 인간으로 살면 된다는 어느 자연인의 말처럼, 사람은 못 되도 괴물은 되지 말자던 영화대사처럼,

나는 이렇게 세상의 가치와, 나 스스로의 가치를 저울에 달아놓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무게를 조금씩 맞춰가고 있나보다.

멀어진 걸음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멀리서나마 지나온 그 길이 고단하지만은 않았다고 기억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