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시(詩)가 말을 걸다] 너에게 주고 싶은 한가지.

Betty1983 2016. 1. 31. 02:20





물망초     作 : 서정란


기도하지마라

떠난 사람은 돌아와도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시린 손 가슴에 얹고

삼백예순날을 기도한다 해도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떠난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순간, 내 삶은 다시는 돌아갈 길이 없는 것들에  대한 아릿함과 그리움으로  점철 되어왔다.

그것은 아무런 자각 없이 흘려보냈어도 마음만은 깃털처럼 가벼웠던 유년시절일 때도 있고,

한때는 더 없이 소중했으나 이제는 두 번 다시 마주할 일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추억일 때도 있으며,

무엇도 시작하지 않았으되, 나도 모르게 시작 되어 영영 끝나지 않을 너를 향한 마음일 때도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서,

그 속에 살아 숨 쉬던 나를 두 번 다시는 찾을 길이 없어서 더욱 애틋해지는 하나의 시절인지도 모를 일.


다행한 사실은 그리워할지언정 후회하거나 돌이키고 싶은 욕망이 없다는 것,

기적처럼 그때의 내가 놓친 마음들이 되돌아온다 해도 그것은 이미 끝나버렸다는 진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잊지 못해서 아플 것도, 잊기 위해서 몸부림 칠 이유도 없는, 소소한 그리움이 그저 나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


서로가 알고 있지만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애써 돌이켜 기억하지 않는 까닭은,

항상 내가 네 곁에 머물러, 언제까지라도 너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네가 온전한 삶을 누리길 바라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기도할 테니까.


그 시절 신(神)께 간구한 나의 바람은 '너를 사랑하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너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내 평생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다 해도 바랄 것이 없다고 말씀드렸으니,

오래 전 내 마음 속에서 화석(花石)이 되어버린 너는 그 기도에 대한 전지전능한 존재의 비답일 것이다.


너를 갖게 해달라고 말하는 대신 사랑하게 해달라고 간구한 것은 잘못 된 기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순간에도 너의 근심이 되고 싶지 않은 내게 그것보다 적절하고 현명한 기도는 없었다는 진실을 안다.

나는 꼭 지금처럼 무엇도 바라지 않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으며 다만 조용히 이 삶을 살다 갈 것이니,

내게는 고단했던 이 생(生)에 더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마라. 그 무엇도 나를 찾아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