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시(詩)가 말을 걸다] 지나가지 않는 것을 기다리다.

Betty1983 2016. 8. 17. 17:32





가는 것은 반드시     作 : 박찬선


가는 것은 반드시 돌아올 때가 있나니

아주 간다고 생각지 말자.

해질녘 곱게 물드는 노을 속에

그림자 지우며 나는 새들 돌아

아침이면 다시 떠나는 것을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주 가는 것이 아니라

먼 저편에서도 기원의 손 모으고 있나니

한 송이 조화가 없어도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이 꽃인 것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광경인 것을

아주 간다고 생각지 말자.

강 건너 저 언덕에도

들꽃은 바람에 흔들리나니

진 잎은 새 잎으로 다시 피어나느니.








모든 것이 지나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리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우매한 마음 누구에게도 소리 내어 말할 수 없고, 그런 까닭으로 안으로, 안으로 곯아간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을 때,

생니를 앓듯 마음을 앓으면서도 당신에 대한 마음이 덜어지지 않으니 나는 지나가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오늘을 산다.


내 마음이 끝나는 것이 빠를지, 당신이 나를 찾는 것이 앞설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당신이 나를 찾을 것만 같은, 적어도 이번만은 끝이 아닌 것 같은 이 느낌이 흐르는 강물처럼 당연하게 여겨진다.

죽음의 강이라 불리는 요단강 너머에도 기적이 있는데, 살아있는 내게 살아있는 당신이 오는 것은 그보다 쉽지 않을까.


그 모든 것이 말 그대로 기적이라서,

'요행이라고는 없었던 내 인생에 그토록 엄청난 일이 일어날 리는 없다.'며, 뼈아픈 현실만 자각하게 된다고 해도,

시간이 흘러 기어이 내 마음이 덜어진 자리에서 '역시나 미친짓이었다.'며 피폐해진 나를 추슬러야 한다 해도,

힘없이 너를 잃었던 그날, 기다리는 일조차 해볼 수 없어서 무력하기만 했던 그때만큼 괴롭지는 않을 것이다.


"흐지부지, 끝나지 않은 거, 그거 아주 더러운 거야."

네 말처럼 더러울지언정, 그 무엇이 나를 버티게 하고, 살게 한다면 잠시쯤 붙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옳은 선택과, 좋은 선택, 내가 원하는 선택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내가 기다리는 당신이 와도, 또 오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게 ,

나는 오늘도 열심히 생각하고, 고민하며, 당신과 나의 마지막 순간이올 때까지 고요한 기다림을 이어가려 한다.

당신과 나의 끝은 아직 끝이 아니고, 잠시의 어긋남 또한 끝내 우리의 마지막은 아닐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