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를 울리다] 그대를 위한 "상사화"
Title : 상사화 Song By : 안예은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어찌하다 오르셨소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그 험한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
규슈의 어느 로칸 숙소, 유카타를 걸친 채, 게단 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들었던 곡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깊어가는 밤, 무수히 많은 생각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익사한 나를 담배연기에 맡기고,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말은 없어서 몸에 좋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담배만 태웠다.
누구보다 나를 살뜰히 챙겨주는 Soul mate와 점잖은 어르신들, 좋은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인데,
첫날 숙소가 조악하고, 일정 내내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는 힘들었어도 고요한 자연 앞에 내 마음 쉴 수 있었는데,
가족들 선물을 사느라 계속 분주하긴 했어도, 온천수의 힘을 빌어 저린 몸과 지친 피부가 한결 가볍고 맑아졌는데,
나는 왜, 어째서 그 좋은 순간마다 나를 버린 당신을 떠올리고, '당신과 함께라면 어땠을까.'따위의 생각을 했을까.
이미 떠난 사람, 내 손을 놓은 당신이니 그 어떤 기대도 없는데,
사무치게 그리운 것도 아닌 당신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가, 가슴이 허했다가, 간혹 어찌할 바를 모르면 나를 방기했다.
화가 났다가, 화내서 뭐하나, 물어보고 싶다가, 물어봐서 뭐하나, 평온한 일상 중에 불쑥 튀어나오는 정신 나간 여자는,
차라리 못하는 술이 나을 만큼, 기관지가 약한 내게는 쥐약이나 다름없는 담배연기라도 들이마셔야 견뎌졌던 것 같다.
'대한민국만 아니면 될 것 같아.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
어차피 나를 버린 사람인데 특별한들 뭐하며 , 남들 다 겪는 별리가 뭐 그리 대단할까마는 그저 아프고 아파서,
약속은 깨지고, 믿음은 부서지고, 당신은 나를 버리고, 나는 그 모두를 덮고 담담하게 산다는 것이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그렇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당신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땅으로 가능하면 아주 멀리 달아나고 싶었는데.
깔끔한 숙소에서 내게 유난히 잘 어울리던 유카타를 입고 웃음짓던 순간에도,
네가 나를 배려해서 애써 챙겨온 복숭아 맛 맥주를 마시며 내밀한 속내를 나누던 그때도 당신은 그곳에 함께 있었다.
'오늘만 담배를 태우리라.'고 나답지 않은 결심을 한것의 발로는 분명 주변의 영향과 우리의 사소한 마찰 때문이었는데,
담배연기를 빌어 갑갑한 속내를 뱉어내다 보니 그 끝에서 끝내 뱉어지지 않는 것은 결국 당신, 나를 버린 당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연등이 달릴 때쯤이면 늘 한 번씩 울었던 것 같기도 하다.
색색 깔의 고운 입은 연등이 달린 거리를 걸으며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고,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발원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 무슨 염원, 그 어떤 기도를 올리는 것조차 겁이 난다. '아직도 네 것이 아닌 것을 모르느냐.'고 꾸짖으실까봐,
그렇게 누군가에게 버림받거나, 혹은 누군가를 버려야하는 얄궂은 운명 앞에서 말 못할 그리움만 남길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