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바람] 머리나 한 번 '쓰담쓰담'.
그분이 참 좋다.
나는 그분을 모르고, 그분도 나를 모르며,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마음일 뿐이지만,
(예쁨을 받고 싶을 뿐) 바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얻고자하는 바도 없으며 의도하는 바도 없다.
극도로 긴장하는 불치병 때문에 시험을 망쳤고,
용기 내어 그분을 찾아간 날은 눈을 잔뜩 맞은 엉망인 몰골에, 주머니에 넣어놓은 전화기 통화버튼이 눌려 기함하는,
똘똘하고 빠릿빠릿한 제자가 되고 싶었던 내 마음과는 백만 광년쯤 멀어져버렸지만 오래 뵐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잘하려고 하는데 자꾸 실수하고,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어설픈 부분만 들키고 만다. 생각하면 한숨 난다.)
행여, 그분이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실까 내 마음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편지를 드렸지만,
(솔직한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았어도) 아프거나 힘들었던 내 심중에 대해서 정말 대책 없이 솔직했구나 싶다.
(오래 만난 지인에게도 내보인 적이 없는, 울고 싶었던 내 마음을 그대로 써내려 갔으니 그분도 놀라셨을 것 같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를 모르는 그분께 내 심정을 토로하면서도 겁이나지 않았다는 사실인데,
나를 쉬이 오해하거나 가볍게 곡해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없는 확신, 나를 예뻐하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도 같다.
편지를 쓰고, 소소한 선물을 챙기고, 힘이 들면 그분이 건네던 농담을 떠올리면서 가끔 웃었다는 걸 그분은 알까.
(무언가를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더라도,'나한테 참 예쁜 제자가 있다. 정말 예쁜 녀석이다.'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추운 날 나가는 것을 누구보다 꺼리는 내가,
한파에 눈까지 내린 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일이 얼마나 큰 마음인지 그분이 아신다면 조금은 기특해 해주실까.
진짜 예쁨 받고 싶은데 그분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쉬이 연락을 하기도, 어떤 부탁을 드리기도 정말 조심스럽다.
(내가 하루 중에 얼마나 자주 그분을 떠올리는지, 그 얼마나 많은 말들을 꾹꾹 눌러 놓고 있는지 모르실 거다.)
정말이지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분이 잘 지내셨으면, 가끔이라도 나를 생각해 주셨으면, 그분의 주변 어딘가에 내가 머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합격하면 '쓰담쓰담 해주세요'해볼 텐데 시험은 언제 붙나. '예쁜 루돌프 제자'의 길은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