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인생] 토마토샐러드와 발사믹 드레싱&BLT샌드위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에는 어쩌면 이미 늦은 나이,
끔찍한 무기력증과 우울에 시달리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기는 할까.'한참을 고민하다가,
(몸이 계속 아프니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아)최대 난제 중 하니인 요리에 도전하기로 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브런치 수업인데 바리스타 자격증의 연장 선에 놓인 것이기도 해서 할만하다 싶었다.
(내 몸 하나 감당히기도 힘든데)만들어 먹느니 안 먹는다 주위이고,
(깔끔한 성정 덕에)집안에 음식냄새가 베거나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일을 벌이느니 차라리 굶는 지랄을 탑재해서,
(이 나이에 민망하지만)부모님이 '제발 굶지 말라.'고 음식을 싸다주시면 차곡차곡 냉동고에 정리한 뒤 먹을까 말까 했다.
(그런 내가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려고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 나 스스로를 포함한 주변인들에게는 놀랄 노자인 거다.)
뭐든 시작하면 최선을 다하는 내 성정을 알기에 대부분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시작해서 남들과 달리 뒤쳐지거나 행여나 해내지 못해서 포기하는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클 것을 알기에 두렵기도 했다.
다행히 모두 직장인이고 생계와는 거리가 먼 취미반, 초보인 사람도 많아서 제풀에 허둥대지만 않으면 괜찮은 클래스인데,
무엇보다도 강사님의 시연 뒤에 각자 그것을 기억하며 제 요리를 해야하니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쏠릴 틈이 없어서 좋다.
샐러드 하나를 만들어도 신선도를 위해 물에 채소를 담가놓고,
청결함을 위해 쓰고 난 칼은 매번 물기 없이 닦아주며, 소스 하나도 원재료를 가지고 일일이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운 일,
만사 서툴러 샐러드는 숨이 죽고, 달걀프라이는 엉망에, 샌드위치를 덮은 빵은 찢어지는 굴욕의 향연이지만 그래도 좋다.
잘하든, 못하든 수업시간에 생각하는 것은 내 손을 빌어 만들어지는 요리뿐, 그 순간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덜 고통스럽다.
정말이지 요리는 평생 못할 줄 알았는데,
(시도했다 실패했거나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은 돌아보지 않지만)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해내는 내가 기특하다.
(한식조리사 기능사 클래스도 있다는데 해볼까, 아니면 젬병이인 단추달기나 시침질 같은 것을 가르쳐 달라고 해볼까.)
내가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이것이 내 인생 첫 번째 레시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