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Life/그녀의 레시피

[요리와 인생] 케이준 치킨샐러드와 허니 머스타드 드레싱&스파이시 치킨 랩.

Betty1983 2018. 8. 5. 00:06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무조건 열심히 하지만,

(유료로 등록했다면 더욱이)수업을 들을 때마다 하나라도 얻는 게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서 필기에 열심이인 편인데,

(말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거워서)첫 시간에는 손으로 받아 적던 강사님의 말씀을 핸드폰 메모장에 받아 적고 있다.

(교제에는 주재료와 큰 틀만 적혀있기 때문에 부가적인 내용을 첨부하지 않으면 그 시간에 뭘 했는지 남지 않는다.)


'이런 것까지 받아 적었어?'라는 생각이 들만큼 당연하거나 조리순서에 큰 의미가 없는 것까지 강박적으로 적는데,

(가령 센 불에 조리하면 탄다던가, 샐러드를 세팅할 경우 강사님이 어떤 순서로 야채를 올렸다는 것까지 적혀있다.) 

그 자료를 내가 알아보기 쉬운 순서로 한글파일에 옮긴 다음, 프린팅 하여 알맞은 크기로 자른 뒤, 교제에 붙인다.


요리에 익숙해져보겠노라며 몇 번 시도하기는 했지만 꾸준하지는 못했고,

먹고 사는 일에 밀리거나, 책 읽고 글을 적는 일을 좋아하며, 사 먹지는 않지만 해먹지도 않는 내 성향과 맞물려서,

(몸이 심각하게 아프기 전까지는)시간만 걸리고 성과도 없으며 귀찮기 짝이 없는 일로 치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 안에 완수해야 하는 의무적인 과제가 주어지자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려 애쓰고 있다.


열성과 노력도 타고나는 성향인지, 매번 녹록한 일이 없다 보니 발발한 고질적인 병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또띠아가 만두처럼 말려도, 매번 샐러드 세팅을 망쳐도, 열심히 받아 적은 메모를 순간의 실수로 날려도,

해낸 게 어디냐며 위안하거나, 비슷한 메뉴구성이라 샐러드는 기억만으로도 필기가 된다고 애써 나를 다독인다.

 (그래, 생각해 보면 단 한 가지도, 심지어 내가 나로 존재하며 숨 쉬는 그 간단한 일조차도 만만한 적은 없었다.)


태어나 봐야 힘들기만 하다며 환생을 거부하는 영화 속의 망자처럼,

나도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태어나 있고, 또 살고 있어서, 살아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살자 싶을 뿐인 인사지만,

뭐 하나 잘하는 것 없이, 용을 써야만 남들 뒤끝이라도 따라가는 미숙한 인간이나마 내일은 없는 오늘을 산다.

그저 놓아버리고 싶을 뿐이라도 살아있는 오늘은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내 인생 네 번째 레시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