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내게로 올 때] 옳고 그름, 혹은 내가 지켜야할 가치.
주제 파악 좀 하자. 세상이 좁고 인생은 짧은 것 같아? 그래서 다른 세계 일에 발 좀 담가봐야 할 것 같냐고. 웃기지 마. 인간한텐 지금 주어진 세상조차 과분해. 자기 일 하나 감당 못하는 녀석이 누굴 상대로 오지랖을 떠는지. 作 : 구병모- 위저드베이커리 中에서- |
평생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만 같았던 게임 세계에 발을 담근지 2~3주쯤 흘렀을까.
(뭔지도 제대로 모른 채)직원의 자질승급, 투자와 무역, 건설과 로펌소송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레벨 업에 열중했고.
정신을 차리니 초중급을 벗아나 고급을 향해 가고 있어서, 그에 따라 단체(상회)내에서 나의 역할 비중이 점점 커져 갔다.
(게임 이해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면 하나의 기업을 이끄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문제 아닌 문제는,
단체의 장을 맡은 사람이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고급건설(일종의 업무 능력치)을 진행하지 않는 사람을 잘랐고,
(본인의 레벨이 하급임은 물론)일주일에 대화 한 번 하기도 어려웠으며, 신입회원이 인사해도 말 한 마디 없었다는 거다.
(말은 가족이라고 했다. 내가 초기멤버라며 고급건설을 못해도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사람을 자르는 것이다.)
자연히 생각은 '건설을 하지 않으면 쫓겨나는구나.'로 귀결됐고 단체의 성장과도 직결된 문제라 무리하며 건설을 해왔다.
사비를 들인 것은 물론 잠도 줄였는데,
그 이면에는 가족처럼 생각하며 감사한다는 회장과 부회장의 말이 있었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나의 약속이 있었다.
그 단체가 하위권에 있을 때부터 멤버였고 타 단체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있을 때도 거절하며 자리를 지켰왔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단체장의 모습과 최소한의 대화도 없이 미션만하는 상황에 지칠 때쯤 어떤 분의 베려를 받았다.
(일종의 보호를 해준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헤매며 다른 이들에게 치이던 내게는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알고 보니 1위 단체장이었는데)그렇다고 지금 소속을 버릴 수도 없어서 힘들게 버티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싶은 마음에 탈퇴하겠다는 말과 함께 내가 느낀 그간의 문제점을 소상하게 적어두고 나왔고,
사실 게임을 그만두려 했으나)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커서(자리가 난다기에)적을 옮기기로 하고 며칠을 대기했다.
(늘 그랬듯 침묵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든다. '왜 말을 안해요?'라는 지인의 충고가 왜 그때 생각났는지 모르지만.)
마침내 옮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언질을 받았고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뒤 이를 단체방에 남겨두었을까.
이전 단체 회장과 임원이 나타나더니 배신자라며 가면 쓴 얼굴이 역겹다고,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막말을 쏟아부었고,
(알고 보니 내가 나온 뒤 두명의 회원이 나와 비슷한 사유로 탈퇴했다고 했다.)보다 못한 사람들이 다 나서서 말리는데도,
'그만 두라는 말은 자기만 한다. 단체를 그만둔 게 잘한 일이냐. 1위 단체가려고 탈퇴 했으면서 자기네 탓으로 돌린다'며,
어이상실에 가까운 소리를 하다가 말리던 사람들중 한명이 탈퇴한 회원이라고 생각했는지 또 막말을 하더니 된통 당했다.
다른 이들까지 엮어서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나서지 않고 무시했을 텐데,
(본인이 해온 처사는 생각도 않고)죄다 배신자로 몰아세우는 행태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고 한 마디 했나.
그 모양새가 너무 황당하고 언쟁해봤자 나만 똑같은 사람 될 것 같아서 참았는데 지금까지도 문득 문득 어이가 없어진다.
(내가 누구를 속이거나 사기를 친것도 아니고, 하물며 막말을 한것도 아닌데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는 소리를 듣다니.)
일하면서 육두문자도 들어봤지만 그건 공적인 거라 쉬이 털었는데 이건 나름 사적인 영역이라 충격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여전히 나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그분이 그렇게 막 되먹은 모습을 보임으로 해서,
내가 애써 설명하거나 굳이 해명하려들지 않아도 '왜 단체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드러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할말이 없어서 삼킨 게 아니다. 바보라서 참은 게 아니다. 싸우려들면 나조차도 나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토록 사람을 피해다녔으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사람들을 챙기느라 상처받는 나를 본다.
(내 인생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데 이 무슨 오지랖인가 싶다가, 그래도 내 사람은 지켜야 싶어서 웃음도 난다.)
안 그래도 고단한 인생인데 즐겁자고하는 놀이에서까지 싸워야한다면 그 얼마나 피곤한가.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 본인이한일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언젠가 어머니가 해주셨던 충고로 위로받으며,
(당시 같은 소속도 아니었던)나를 지켜줬던 그분에 대한 감사한 마음하나로 다 접고 싶은 심중까지 열심히 추스르고 있다.
(이제는 그분과 같은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서 예전처럼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얻게 됐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이 또한 내 선택에 대한 결과라면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범한 우(愚)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지로 몰렸다고 해서 비겁하거나 야비하지 않았다는 것,
세상 아무도 몰라도, 끝내 내가 상처받았다 해도, 그 상처를 이유로 타인에게 칼날을 겨누는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
결국 나는 또 다시 스스로가 믿는 가치를 지켯다는 것, 그 진실을 나는 명징히 인식한다는 것, 이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