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그 안에 무언가를 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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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화기(火氣)로 일렁이던 그때 당신은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비워라. 비워야 뭐든 채울 수 있다.'
뭘 비우라는 건지, 어떻게 비우라는 건지 알려주지도 않고 무작정 비우라니,
당신의 그 말이 나는 참으로 야속하게 느껴졌음을 고백합니다.
내게 늘 엄중하고 엄격하던 당신.
당신께서 때때로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시며 득도한 노승처럼 무심하게 던져놓는 말들이,
때로는 뜬구름처럼, 때로는 풀 수 없는 난제처럼 나를 어지럽게 했어도.
내가 존경하는 당신의 뒤를 따라가고자 나는 늘 애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창 열병을 앓고 지난 오늘에서야 나는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내가 마음을 비웠거나 혹은 여전히 그러하지 못했거나,
마음이라는 녀석을 무언가로 채우려하면 할수록 내 가슴은 더욱 공허해지고,
비우려들면 들수록 마음의 아우성은 점점 커져간다는 사실을요.
바람이 불면 부는 바람에 제 멋대로 흐트러지는 머리칼을 놓아두기도 하고,
비가내리면 그 빗물에 한쪽 어깨를 흠뻑 적시기도 하면서,
그렇게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것처럼 나를 지켜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리하여 내 마음의 빈터에 소슬한 바람이 불어도
그 한기마저 온전한 내 것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그때에 나는 말해주렵니다.
마음의 갈피를 잃게 만드는 '무언가'가, 나의 오랜 꿈이어도 좋고,
내가 그리워하며 열망하는 그대여도 좋을 것이라고.
그 무엇이라도, 그 무엇이 아니라도 있는 그대로 나는 기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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