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78

[시(詩)가 말을 걸다] 봄이 가도 피어있는 마음을 위한 기도.

동백이 피었는데요. 봄이 가네요. 내 마음이 피었는데 조금만 머물다 봄이 가려고 하네요. 나에게도 글씨가 찾아와서 이제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됐는데 봄이 왔는데요 당신이 가네요 -작자미상- 간절히 바라옵건데 사랑받게 하소서. 이 눈물을 당신의 제단에 드리며 간절히 염원하니 제게..

[시(詩)가 말을 걸다] 화사(花死), 내가 바라는 죽음의 이름.(부제 : 유진에게)

벚꽃 십리 作 : 손순미 십리에 걸쳐 슬픈 뱀 한 마리가 혼자서 길을 간다 희고 차가운 벚꽃의 불길이 따라간다 내가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피었다 저 벚꽃 논다 환한 벚꽃의 어둠 벚꽃의 독설, 내가 얼마나 뜨거운지 내가 얼마나 불온한지 보여주려고 ..

[시(詩)가 말을 걸다] 살거나 죽거나 혹은, 끝내 나쁘거나.

추락 作 : 이훤 37층 빌딩 위 창문을 닦는 중년에게 물었다. "그 높이 두렵지 않으세요?" "두려웠지 처음 두 달은 이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그게 두려워" 입속 낱말들 일제히 추락했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6층 난간을 밟고 서서 버티곤 했다. 조금만 높아도 아찔해서 처음에는 다리가 후..

[시(詩)가 말을 걸다] '밥값' 그 의연하고도 처절한 무게.

밥값 作 :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