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말을 걸다] 당신, 반짝반짝 빛나는. 별 作 :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 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나는 그 누구도 온전히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못한다. 나는 여전히 만사에 무디기 짝이 없고, 때로 차갑기 그지없으며, 활짝 핀 꽃처..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9.04.30
[시(詩)가 말을 걸다] 당신이 건넨 위로. 안개가 짙은들 作 : 나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깊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워 어숨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사람에 관한한) 내가 하는 선택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강박이 시작된 순간부터, 나는 그..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9.04.18
[시(詩)가 말을 걸다] 봄이 가도 피어있는 마음을 위한 기도. 동백이 피었는데요. 봄이 가네요. 내 마음이 피었는데 조금만 머물다 봄이 가려고 하네요. 나에게도 글씨가 찾아와서 이제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됐는데 봄이 왔는데요 당신이 가네요 -작자미상- 간절히 바라옵건데 사랑받게 하소서. 이 눈물을 당신의 제단에 드리며 간절히 염원하니 제게..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9.04.03
[시(詩)가 말을 걸다] 당신, 혹은 내가 돌아갈 자리.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作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자리 잎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잎 진자리 새가 앉는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 되었다. ..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12.26
[시(詩)가 말을 걸다] 화사(花死), 내가 바라는 죽음의 이름.(부제 : 유진에게) 벚꽃 십리 作 : 손순미 십리에 걸쳐 슬픈 뱀 한 마리가 혼자서 길을 간다 희고 차가운 벚꽃의 불길이 따라간다 내가 얼마나 어두운지 내가 얼마나 더러운지 보여주려고 저 벚꽃 피었다 저 벚꽃 논다 환한 벚꽃의 어둠 벚꽃의 독설, 내가 얼마나 뜨거운지 내가 얼마나 불온한지 보여주려고 ..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09.21
[시(詩)가 말을 걸다] 첫눈처럼 나에게 가겠다. 안에서 만지는 바깥 作 : 이훤 아무것도 아니었던 날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 했던 날들 세계가 멀리 가리켰기 때문입니까 내가 그렸던 내가 없었기 때문입니까 자주 안심되길 원하던 나는 왜 자꾸 나를 지웠습니까 안에서 바깥을 구하고 바깥에서 안을 가지려했습니까 내가 누군가였던 ..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08.06
[시(詩)가 말을 걸다] 살거나 죽거나 혹은, 끝내 나쁘거나. 추락 作 : 이훤 37층 빌딩 위 창문을 닦는 중년에게 물었다. "그 높이 두렵지 않으세요?" "두려웠지 처음 두 달은 이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그게 두려워" 입속 낱말들 일제히 추락했다. 가슴이 답답할 때면 6층 난간을 밟고 서서 버티곤 했다. 조금만 높아도 아찔해서 처음에는 다리가 후..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07.30
[시(詩)가 말을 걸다] 이처럼 눈부신 나를 위한 찬가. 이방인 作 : 이훤 나를 가장 사랑하지 않았던 건 나였어요. 혹독히 몰아냈죠. 질타하고 배척하고 매일 나는 나의 바깥에 있었어요. 이방인이 되어 살았던 거예요 나에게. 밤마다 잊힌 국적을 되찾으러 가요. 말해줘요. 손가락질하는 이들에게, 나는 나에게 가장 먼 경계였다고. 웃는 날이 ..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06.11
[시(詩)가 말을 걸다] 한심한 삶을 위해 건배. 한심하게 살아야겠다 作 : 공광규 얼굴 표정과 걸친 옷이 제각각인 논산 영주 수백 나한 언제 무너져 덮칠지 모르는 바위벼랑에 앉아 편안하게 햇볕 쬐고 있다. 새 소리 벌레 소리 잡아먹는 스피커 염불 소리에 아랑곳 않고 지저분한 정화수 탓하지 않고 들쥐가 과일 파먹어도 눈살 하나 ..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03.23
[시(詩)가 말을 걸다] '밥값' 그 의연하고도 처절한 무게. 밥값 作 :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 Betty's Review/시(詩)의속삭임 201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