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영혼의 발자취

[영혼의 발자취] 그 언젠가 내게 머물던.

Betty1983 2015. 10. 9. 02:00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 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탕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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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해 소리도 없이 불타올랐던 그날들은 선명하지 않은 꿈처럼 아스라한 이야기라도 가끔은 그리워질 때가 있다.

그토록 뜨거웠던 순간에도 나는 모든 것을 의심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다웠고 내 심장은 뛰고 있었으니,

 그때의 나는 진정 행복했고, 더 없이 불행했으며, 기쁜 한편,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통증에 연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 하나만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샘솟는 일,

그 사람을 위해서 조금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는 일이 내게는 두렵고도 경이로운 것이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 얼굴을 스치는 바람 한 점, 내가 마시는 공기속에도 묻어나던 당신은 존재 자체로 하나의 지표였고,

내가 걷게 될 모든 길은 오직 그대에게 닿기 위해 예비 된 것이라고 믿을 만큼 순수했거나 어리석었던 나였으니.

 

나는 당신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그런 까닭으로 결국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변명에 불과할지언정 그때의 내게는 당신을 지킬 힘이 없었으니,

가진 전부를 걸어도 지킬 방도가 없다면, 내 곁에 있는 일이 귀하디 귀한 당신에게 끝내 상처로 남을 거라면,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당신을 안온한 곳으로 보내고 세상 속에 나를 내던지는 일이었다.

 

당신이 아니면 다 똑같다고,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지금의 내 가슴을 피폐하게 만들었어도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 까닭은,

당신이 온전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언제까지나 그러하리라는 남모르는 위안 덕분이다.

 

세상은 내게 어리석다 말하겠지만,

당신이 오늘도 살아있음으로,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으로, 이미 나는 넘치게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