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다시 떠나보내다 Song By : 김동률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넌 그리도 담담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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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때의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닐지도 몰라.
너를 위해서라는 우습지도 않은 명분을 들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내 마음의 꽃대를 잔인하게 꺾어버리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저미는 가슴은 위악스러운 웃음 뒤에 감춘 채 괜찮은 척 나를 속였을 뿐.
어쩌면 나는 너에게 그 무엇도 걸지 않았을 거야.
그게 무엇이든 네가 바라는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에 지레 겁이나서,
너만 내 곁에 있다면 못할 것도, 안 될 것도, 겁날 것도 없다고 단정 짓는 나 스스로가 무서워서,
온종일 너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다'는 진부한 말조차 할 수가 없었거든.
'보고 싶다'고 소리 내어 말해버리면 달려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까봐,
가진 것도, 세상과 싸울 힘도,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무작정 너를 붙들고 매달리게 될까봐 숨소리마저 죽이곤 했어.
나를 스쳐가는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보여서, 저 멀리서 금방이라도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올 것만 같아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내 눈을 의심하고 저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딛던 걸음까지 멈칫해야했다는 걸 너는 알까.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
네가 산다고 일러주었던 동네의 전철역 어디쯤에 앉아, 가슴의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책장을 넘기곤 햇어.
그렇게 숨 쉬기가 조금 수월해지면 미련을 남기고 돌아서며, 네게 '만나서 반가웠다'는 문자를 남겼을 거야.
단 일초라도 너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한 시간씩 운동장을 뛰었고, 15층 계단을 미친듯이 오르내렸던 나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내 마음에 미쳐서 정말 미쳐버릴까봐 그렇게 단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으니.
그런 순간들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너를 사랑하지 않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지만,
네가 곁에 있어서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애썼고, 너에게 걸맞게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어.
그것은 책임감이나 사회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 온전한 나의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했던 유일한 시간,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또 잠이드는 평범한 일상을 그렸던 내 생에 꼭 한 번 뿐인 날들이었지.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아꼈다면, '다쳐도 좋으니 무엇이든 해보자'고 말해볼 수도 있었을까.
네가 누구고, 우리가 서있는 곳이 어디든, 또 앞으로 겪어야할 시간이 어떠했든 나는 너의 곁에 살아야 했을까.
만약, 그것이 너를 위해 내 인생을 걸고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걸었을 텐데,
너를 위한 최선, 우리의 최선, 나의 최선이 네게서 돌아서는 것뿐이었다니, 어쩌면 그렇게 잔혹했을까.
나는 너를 지키고 싶어서, 너의 머리칼 한 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내 인생 전부를 베팅했지만,
이제와 너를 위해 무엇을 주었는지, 널 위해 무엇을 잃었는지 되묻자면 돌아오는 것은 아득한 침묵 뿐.
다만, 네가 알지 못한다 해도 어리석은 이 마음이나마 너의 곁에 놓아두었다는 것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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