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고 두분의 결혼기념일이면 고운 꽃을 보내는 것도 나고,
(무조건 '예'라고 답하던 예전과 달리)두분께 순종하지 않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통에 속상하게 만드는 것도 나다.
내 사람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살뜰히 챙기며 세상에 다시 없을 것처럼 잘하는 것도 나고, 한 번 돌아서면 끝인 것도 나다.
세상 가장 반듯한 것도 나고, 우주 끝까지 삐뚤어진 것도 나다. 더없이 예의바른 것도 나고, 까칠하기 짝이 없는 것도 나다.
무언가를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하는 것도 나고,
한 번 결정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고나가며, 그 어떤 결론이 날 때까지는 포기를 모르는 것도 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숨만 쉬는 것도 나고, 한 번 시작하면 꾸준히 계속하며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 것도 나다.
제멋대로인 너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했던 것도 나고,
제 배려가 100% 옳다고 믿으며, 예상치 못한 결과 앞에 '내가 뭘 잘못햇는데?'라고 되뇌일 네게 진력을 내는 것도 나다.
이 모두는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반성하는 것도 나고, '언제까지 내 탓이라고만 생각해야 해?'라며 팽개치는 것도 나다.
오늘 보다 내일, 내일 보다 모래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던 것도 나고, 그 모든 노력을 내던진 것도 나다.
노래 한곡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도 나고,
노래가사라면 단 한소절도 귓속에 담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나다. 모두를 기억하는 것도 나고, 지워버린 것도 나다.
세상 무엇보다 사람을 귀히 여긴 것도 나고, 사람이라면 진저리치는 것도 나다. 손을 잡은 것도 나고, 놓은 것도 나다.
나를 사랑한다던 당신을 전부 믿었던 것도 나고,
그 마음 모조리 거둬들여 쓰레기통에 쳐 박은 뒤 얄팍한 거짓에 속아준 나를 혐오하며 사랑을 완전히 내다버린 것도 나다.
당신이 다치지 않기를 바래서 숨소리조차 죽였던 것도 나고, 미련 하나 없이 그저 당신이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것도 나다.
당신이 잘 살기를 바랬던 것도 나고, 사랑은 좋은 것이고 세상은 재밌는 곳이라고 떠들 당신의 혀를 뽑고 싶은 것도 나다.
전쟁영화에서조차 러브스토리를 찾던 것도 나고,
내가 유일하게 믿었던 가치가 사라진 지금, 믿을 것은 오직 부모님과 돈뿐이라는 삭막한 결론을 지어비린 것도 나다.
누구보다 예쁘게 웃을 수 있는 것도 나고, 세상 가장 냉담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것도 나다. 모두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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