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 샐러드를 하는 과정은 설핏 보기에는 샐러드 중 가장 간단해 보이는데,
(다른 채소는 일절 쓰지 않고 상추만 사용하기 때문에 구운 새우와 베이컨, 크루통을 올린 뒤 드레싱만 뿌리면 된다.)
하지만 애초의 예상과 달리 드레싱용 마요네즈를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고 서있자니 '내가 뭐하는 짓인가.'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계란노른자와 식초를 볼에 넣은 뒤 올리브유를 살살 부어가며 거품이 날 때까지 젓기 때문인데,
고작 1인분의 소스를 내는데도 팔 빠지게 저어야하고, 거품이 생긴다 해도 묽은 상태면 한참을 휘저어야 한다.
(그렇다고 만들고 나서 샐러드가 마음에 드느냐 하면 아니다. 상추만 잔뜩이라 예쁜 비주얼을 내기가 더 어렵다.)
봉골레 파스타는 또 어떤가.
파스타의 기본 중에 기본인데, 분명 강사님의 시연에 따라 조리를 한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맛이 나지 않았다.
(집에 가져와서 시식을 하기 때문에 한계는 있지만)분명 오일을 많이 넣었는데도 마른 느낌이라 면이 겉돌았고,
조개는 덜 익은데다, 마지막에 입에 남곤 하는 (살짝)매운 맛도 실종 되어 올리브와 같이 먹어야 간이 맞는 거다.
무엇이든 기본이 가장 어렵고, 쉽다고 생각한 것이 제일 힘들구나.
드레싱을 만드는 일도 '사소한 재료 하나만 빠져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며 꼭 넣으라는 주의를 몇 번 들었으니까.
여태껏 인생이 만만한 적도 없었고, 알 수 없는 신의 섭리를 앞에 두고 오만했던 일도 없었지만 겸손해야하는구나.
그런 거구나. 뭐든 잘 한다고 자신하는 순간 실수가 생기고, 누군가를 잘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허방을 딛는구나.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아무리 피폐해지고, 망가지고, 부서졌어도, 세상을 등질지언정 인간이 되어야지. 아니, 괴물은 되지 말아야지.
나는 아직 세상을 다 살지도 않았고, 지금 이 순간까지는 살아있으며, 신이 허락한다면 내일도 살아있을 테니까.
칼 같은 냉정, 여지없는 매정함으로 사람과 상황을 속단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내 인생 다섯 번째 레시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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