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모릅니다.
내가 낡고 가파른 계단을 지나 익숙한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왔어요?" 다분히 상투적인 멘트와 더불어,
조금은 바보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대는 모릅니다.
케케묵은 건물, 때로는 쾨쾨하기까지 한 방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저 나의 시간을 흘려보내던 순간순간,
언뜻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시간들이 그저 무의미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그대와 나는 외딴 섬처럼 각자의 자리에 머물렀어도
우리는 서로 마지막까지 혼자였으되,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다는 진실을요.
그대는 모릅니다.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 가끔은 지나치게 단순하게만 느껴지던 그대라는 사람.
나와는 달라도 너무도 다른 그 다름이,
나로 하여금 얼마나 그대의 손을 잡고 싶게 했었는지,
그대에게 달려가지 않기 위해서,
그 얼마나 많은 밤들, 넘치던 마음을 꾹꾹 눌러야만 했었는지.
그대는 모릅니다.
삶에 지친 사람이 스스로 비상구를 만들고자 몸부림치는 것처럼,
나를 향한 그대의 고백이 그저 하나의 탈출구에 불과했다 해도,
그 마음을 보고 들었던 내가 얼마나 애를 쓰며 그 마음에서 눈을 돌리고 귀를 막아야만 했었는지,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리는 그 마음 때문에,
그 후로 오랫동안 그대라는 사람을 이유로 길고 긴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다는 사실까지.
그대는 모릅니다.
"앞으로 십년은 여기에 있을 거야." 나의 못된 말에 어설픈 웃음으로 건넨 그대의 대답을,
내가 바보처럼 기어이 믿고 말았다는 사실을요.
그런 까닭으로 그대의 부재는 내가 걷는 길 위에 갑작스럽게 떨어진 커다란 돌덩이 같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모릅니다. 정녕 그대는 그 무엇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대 아시나요?
내가 그대를 참 많이 좋아해서 그 자리에 머물러 주기를 바랬다는 것을,
내가 그대를 진정 염려해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주기를 바랬다는 것을,
이 모두가 나의 진심이었다는 진실을요.
......나의 그대 영원히 Good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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