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Life/느낌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 Be My Love.

Betty1983 2013. 10. 27. 00:09

 

 

 

 

삶의 언젠가, 

그대를 두고 먼 항해를 떠나던 그날, 나는 다짐했었습니다.

이 항해는 어딘가로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그대의 곁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이라고.

 

항해를 하는 내내 나는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었고,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집체만한 파도를 온몸으로 맞기도 했습니다.

내가 살아 있기는 한 건지, 살 수는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때마다,

나는 어디에선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아름답게 살고 있을 그대를 떠올렸습니다.

 

내가 떠나오던 날 그대에게 차마 건네지 못한 그 인사,

“꼭 너의 곁으로 돌아올게.”

마지막 순간까지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마음을 곱씹으면서.

 

 어두컴컴한 배 안 어디쯤에선가,

죽을지 살지 알 수 없는 고열의 늪에 얼마나 빠져 있었을까요.

나는 드디어, 살아서 다시 그대가 사는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거친 풍랑에 만신창가 된 배가 겨우겨우 항구에 닻을 내렸을 때,

항구에 몰려 있는 무수한 인파들 속에서도 나는 그대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 돌아왔어.”

환희에 찬 내가 이렇게 외치려던 그 순간이었을까요.

차디 찬 바닷물도 견뎌냈던 내 몸이 얼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대가 소담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배의 갑판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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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대는 나를 떠날 것이고, 그대의 항해는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저 이 자리에 붙박인 채, 언제까지고 그대를 기다리며 살아갈 내 모습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떠나는 그대를 잡지 않았습니다. 아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두고 돌아서던 그때, 그대의 두 눈 가득 고여 있던 눈물을,

지금 그대 곁에 서 있는 누군가가 저토록 고운 미소로 바꾸어 놓은 것일 테니까요.

 

그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던 나는 그렇게 그대를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대를 사랑하는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찬바람이 부는 항구에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가 언제라도 내게로 돌아오기를,

그대의 항해가 평온하고 아름다워 영영 내게로 돌아오지 않기를.

영원히 그대 Be My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