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Life/느낌 그대로

[아마도 그건] 아주 오래된 허기

Betty1983 2013. 8. 26. 00:35

 

 

 

 

 

황혼이 질무렵 가파른 비탈에 깔린 어설픈 아스팔트 도로 위,

그 길에 하루의 무게를 안고 걸어오는 한 남자와,

저녁밥도 잊고 천진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낡은 슬레이트 지붕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뽀얀 연기와,

저녁 식사를 앞두고 한창 분주할 한 여자의 주방.

그 여자를 생각하며 긴 하루의 끝에서 잠시 웃음을 찾는 남자와,

한남자의 고단한 하루를 생각하며 조기 한 마리를 굽는 여자.

 

따뜻한 쌀밥과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이 낡은 상에 오를 때 즈음,

길가에서 파는 주전부리를 사서  받아들고,

자신을 기다리는 이를 떠올리며 빨라지는 남자의 발걸음.

'끼익' 녹슨 대문을 밀고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겹게 풍기는 된장찌개의 냄새.

 

 

 

 

 

 

 

그 남자가 '나 왔어.' 무심한 듯 일상적인 인사를 건넬 때,

'왔어요?' 조금은 반가운 듯 그의 인사를 받아주는 여자의 목소리.

 

'아빠!'라고 큰소리로 부르며 달려와 안기면서도,

아빠보다 그 손에 들린 주전부리에 더 관심을 보이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여자와 남자의 얼굴.

 

조금은 싱거운 된장찌개를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남자와

그런 그가 고마워 시원한 물 잔을 그 곁에 가만히 놓아주는 여자.

그렇게 저물어가는,

남루하지만 아름답고 고단하지만 따뜻한  그들만의 하루.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재생 될,

내가 영영 이루지 못할 그대와 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