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 질무렵 가파른 비탈에 깔린 어설픈 아스팔트 도로 위,
그 길에 하루의 무게를 안고 걸어오는 한 남자와,
저녁밥도 잊고 천진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낡은 슬레이트 지붕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뽀얀 연기와,
저녁 식사를 앞두고 한창 분주할 한 여자의 주방.
그 여자를 생각하며 긴 하루의 끝에서 잠시 웃음을 찾는 남자와,
한남자의 고단한 하루를 생각하며 조기 한 마리를 굽는 여자.
따뜻한 쌀밥과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이 낡은 상에 오를 때 즈음,
길가에서 파는 주전부리를 사서 받아들고,
자신을 기다리는 이를 떠올리며 빨라지는 남자의 발걸음.
'끼익' 녹슨 대문을 밀고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정겹게 풍기는 된장찌개의 냄새.
그 남자가 '나 왔어.' 무심한 듯 일상적인 인사를 건넬 때,
'왔어요?' 조금은 반가운 듯 그의 인사를 받아주는 여자의 목소리.
'아빠!'라고 큰소리로 부르며 달려와 안기면서도,
아빠보다 그 손에 들린 주전부리에 더 관심을 보이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여자와 남자의 얼굴.
조금은 싱거운 된장찌개를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남자와
그런 그가 고마워 시원한 물 잔을 그 곁에 가만히 놓아주는 여자.
그렇게 저물어가는,
남루하지만 아름답고 고단하지만 따뜻한 그들만의 하루.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재생 될,
내가 영영 이루지 못할 그대와 나의 하루.
'Betty's Life > 느낌 그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을 바라보다가] 당신께서 내게 묻는다면. (0) | 2013.09.21 |
---|---|
[별 헤는 밤] 그대, 닿을 수 없는. (0) | 2013.09.11 |
[하루하루]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0) | 2013.07.14 |
[한 번만 더] 그날, 그때의 내게로. (0) | 2013.07.07 |
[I'm Probably] 미치거나 혹은 미쳤거나. (0) | 2013.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