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높은 산의 암자에 거처를 두신 스님께 물었습니다.
"높고 험한 저 산길을 어떻게 오르십니까. "
"다만 내 앞의 한 발짝만 보고 걸을 뿐, 높은 저 산을 걱정하며 오르진 않는다네.
다만 한 발짝씩 그리 다가갈 뿐이네."
시인 : 이병철 |
언젠가의 내게도 꿈이 있었다.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었고,
할 수 있다면 고운 눈을 가진 그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었다.
내게는 너무도 푸르렀던 그날들이,
푸르른지도 모르고 보내버린 다음에야 나는 알았다.
나약한 나의 가슴으로 품기에는
너무도 푸르른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그 푸르름을 내안에 담기 위해서는
매서운 겨울의 눈보라도 기꺼이 견뎌야한다는 것을
그 시절의 어리석은 나는 정녕 알지 못했다.
내 앞의 한 발짝조차 버거웠던 그 시간의 내가,
그 한 발짝을 떼기도 전에
아직 걸어보지도 않은 무수한 길들을 염려하는 사이
푸르른 잎사귀는 내안에서 서서히 시들어갔다.
내꿈을 버리지 않았으나 나는 더 이상 푸르르지 않고,
내가 사랑한 그대는 이제 내 곁에 살지 않는다.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변명은 어렸다는 것뿐이지만.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받을 수 있다면,
나는 다시 꿈꾸고 싶다.
서두르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으며
다만 한 발짝씩만.
어딘지 알 수 없는 내 삶의 종착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노라'고 조용히 읊조리며,
꽃이 피고 푸르른 잎사귀가 돋는 것을,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밟히고 새하얀 눈이 덮이는 것을,
평온한 시선으로 내 가슴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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