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소한 것들을 사랑한다.
놓여야할 자리에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과,
건조가 끝나 보송보송해진 침대시트.
냉동실 가득한 아이스 블루베리와 봉지 견과류,
막 끓여낸 페퍼민트 허브티 한잔까지.
마셔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말 저녁이면 이내 홀짝이게 되는 인스턴트커피 같은 것들.
다행이도 내방으로 들이치지는 않는,
그래서 안심하고 들을 수 있는 한밤의 빗소리와,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는 나의 하루까지.
비록 그 모든 것들이
뼛속까지 나를 흔들어 쓸쓸함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해도.
한 페이지를 이해하기 위해
네이티브 교제속의 단어를 찾고 또 찾다 말고,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문득 허탈한 웃음이 난다고 해도,
써야할 이야기와 쓰지 못한 이야기 사이에서
저 멀리 멀리 그저 달아나고 싶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
나를 붙잡아 주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내 눈을 멀게 하고,
끝내는 내 마음까지 멀게 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내가 타고난 삶이거나,
혹은 내가 도저히 비켜갈 수 없는 나의 운명이리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을 뜨겁게 살아내는 것.
그래서 내가 살 수 있는 그날까지,
기어이 살아 있는 것.
그렇게 다가올 내일까지도 끝끝내 살아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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