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시선이 머물다

[나의 굿네이버스] 당신의 바람, 혹은 나의 꿈.

Betty1983 2013. 12. 14. 02:02

 

 

 

 

'난 신자는 아니지만, 만약 내가 천국에 갔는데 네가 없으면 어떡해? 미리 표를 사두자.'

  

언젠가부터 '민폐 되지 않고 적당히 묻어 살기.'가 삶의 모토가 되어버린 나.

조부님이 평생 봉사만 하다 돌아가신 훌륭한 목사님이었다는 과거는 내 알바가 아니요.

그분의 사랑을 받았던 유일무이한 손녀라는 사실은 잊은 지 오래라서,

'천국 따위 취미 없다.'는 배은망덕한 말을 웃으며 내뱉는 나를 흔든 너의 한마디.

 

'할아버지 빽 써서 한자리만 빼달라고 하지 뭐.' 심드렁한 나의 대꾸에,

'너희 할아버지는 너 말고도 자리 빼줘야 할 사람이 많을 거.'라며,

'세상에 태어났으면 적어도 한가지쯤은 세상을 위한 일을 하고 가야하지 않겠냐.'던 그대의 대답이, 

잠시지만 나를 웃게 했고, 한동안 나를 멍하게 했으, 결국은 '아동 결연 후원'을 결심하게 했다.

 

식당 체인 5호점의 주인이면서도 늘 검소하고 털털한 그대라는 사람.

 

가끔 훌적 떠나는 여행을 즐길 뿐, 특별히 갖고 싶은 것도, 갖고자 하는 것도 없는 그대가,

식당을 하나씩 개업할 때마다 남모르게 누군가에게 후원을 해왔고,

나이가 아주 많이 들기 전에 그대의 이름을 딴 장학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조근 조근 풀어놓았을 때,

나도 모르게 한참이나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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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사랑한 날들이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열일곱 그때처럼 그대 시리도록 푸르지는 않아도 내게는 늘 아름다운 존재일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대를 떠올리면 깜깜하던 가슴속에 환한 등불 하나가 켜진 것 같던 까닭을,

세상 모두를 버려도 그대 하나만은 지키고 싶었던 이 눈 먼 마음의 근원을 조금은 알것도 같아서.

 

그대가 까슬하고 고단했던 시절부터,

조금 더 너그럽고 편안해진 지금까지 늘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다는 것.

모두를 사랑하지는 않았으되, 긴 세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는 것.

 

나로 하여금 후원단체의사이트를 찾게 하고,

많고도 많은 후원단체 사이에서 기가 질려 포기 했을 법도하련만,

방문하는 곳마다 시간을 들여 살피게 만드는 수고를 수고로 생각하지 않게 만들었던,

끝내는 내 마음에 맞는 공간을 찾아내어 결심을 행동으로 바꾸게한 원동력.

 

좀처럼 변하지도, 쉽사리 움직이지도 않는 나를 단번에 걷게한 것은 

이처럼 평온하고 치열한, 따스하고도 뜨거운 그대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일원으로써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발심 대신,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그 진심 하나로 기꺼이 다른 이에게 손을 내미려 한다. 

그대의 바람이 나의 꿈이 되고 종내에는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