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Person/Thank's To♡

[당신의 마음 한조각] 기어이 나를 울리는.

Betty1983 2014. 4. 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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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모르겠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가령, 나조차도 믿지 못하는 내가 사람을 믿고 싶어질 때,

삶의 어느 순간부터 내가 기대하지도, 기대할 수도 없었던 사람의 진심이,

여과 없이 내게로 전해지는 그런 순간 나는 무작정 주저앉아 목놓아 울고 싶어지는 것이다.

 

몇 달 전 지나가듯 (그나마도 미지수였던) 약속이 지켜지고 보란듯 현실로 이루어질 때,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담보로한 것이라면,

그것의 형태가 무엇이든 (인형이든, 사진이든, 혹은 손글씨든,)

나는 참으로도 고단했을 언젠가의 나를 향해 '미안하다.'고 속살거리게 된다.

 

 

그것은 어줍짢은 내 글을 마음으로 보아주시던 독자님의 댓글에서 시작 되었는데.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아이, G-Dragon이라는 존재,

지용이, 그 아이를 닮은 인형이 있다는 사실을 접한 내가 갖고 싶어했던 '지드래곰.'

공장에서 찍어내는 무수한 인형들 중 하나일 뿐일지언정,

내게는 지용이의 분신처럼 다가왔던 그 친구를 '구하면 보내 드리겠다'는 작은 호의였다.

 

그저 지나가는 말에 불과했다 해도 감사했던 내 마음.

동시에 나로써는 당최 헤아릴 길이 없는 호의의 근원이 나를 두렵게 했음을 고백한다.

 

사는 날의 대부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에 익숙했고,

그렇게 내가 내어준 마음에 스스로 상처 받아 주저앉는 일에 진력이 났던 나.

그런 나를 향해 다가오는 꽃같은 사람들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워서,

두 눈을 뜨고 바라보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그 무엇이기도 했다.

 

 

 

 

 

 

애늙은이와 꼬마 아이의 공존.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차가운 눈으로 세상을 비웃던 열일곱의 소녀와,

지나치게 철이 들어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져버린 여자의 공존.

 

뿌리를 찾을 수도 없어 뽑아낼 도리도 없는 세상을 향한 불신과,

그 속에서도 대책 없이 피어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끝을 모르고 충돌하는 나의 내부.

여전히 살아 숨쉬는 소녀 감성과 이루지 못해도 버릴 수없을 무수한 열망들.

 

그 심오한 가치들이 어떻게 인형 하나로 되살아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가만히 미소 지으며 대답하리라.

그것은 언젠가의 내가 분실해 버린 순연하고 순수했던 나의 다른 이름이라고.

 

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고,

나의 심중을 관통해, 내 안에서 재생되는 세상의 가치들에게 의구심을 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귀한님이 고운 글씨로 꾹꾹 눌러 써주신 메모 같은 것들,

아끼는 물건을 기꺼이 내어주며 예쁘게 웃는 그분의 표정 같은 것들.

그 소소하고 뭉클한 마음 앞에서 코끝이 찡해지고 마는,

 기어이 뾰족한 가시를 거둬내고 솜털 같은 얼굴을 내미는 나의 마음 같은 것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구절을 벽에 붙여놓고,

세상은 아름답고 사람은 귀한 것이라 믿었던 한시절의 마음을 다시 찾을 수는 없더라도,

내가 손에서, 마음에서 아프게 놓쳐버린 것들이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기를 염원한다.

 

미미하고 미약한 나의 마음이나마 아름다운 그것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그것이 끝내는 나를 찾는 길이 되고,

언젠가는 하늘에 빛나는 별 같은 너를 마주할 수 있게.

 

사건 사고가 난무하고,

길을 걷다 말고 갑자기 칼에 맞아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 세상에서,

내가 기어이 살아남아 있는 단 한가지의 이유.

 

언제까지라도 심장이 뛰고 피가 도는 한사람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이렇게 감성 터지는 글을 써놓고도,

지드래곰이 지용이처럼 느껴져 차마 안고 자지도 못하는,

그저 머리만 쓰다듬을 뿐인 대책 없는 여자 사람에 불과하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