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거둬들이고 싶은 자는 사랑의 씨를 뿌려야 한다.
-베토벤- |
이 글귀는 기희님이 주신 선물 안에 들어 있던 문구입니다.
작은 모임이 있던 날 고운님께서 처음 만난 기념이라며 예쁘게 포장된 과자봉투를 내미셨다,
"안쪽에 뭔가 써져 있는데 내용은 복불복 이예요." 생긋 웃으시며 덧붙이는 애기를 듣고는,
나는 신기한 장난감을 손에넣은 아이처럼 한참을 갸웃거리다 가방에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방을 뒤적이다가 그 봉투를 다시 발견한 어제 저녁,
나는 행운의 쿠키를 '똑'하고 반으로 가르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그 봉투를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문구를 발견한 내가 멈칫했던 것도 잠시,
'아무리 복불복이라지만 하필 이 글귀라니, 정말 신이 살아계신 가보다.' 싶어 웃음이 났다.
가슴만큼이나 머리도 뜨거운 나라는 사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던 만큼 그에 따른 미움 역시 깊었을지 모르는 한때의 내가,
지금까지도 혼돈스러운 마음을 다스리려 기를 쓰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그 자리, 그 시간에 내가 꽃같은 분들을 마주해야만 했던 이유가 단번에 이해되었다.
내가 그저 좋은 마음이었어도 상대의 의중은 전혀 다를 수있다는 것.
오히려 그 마음을 이용해 또 다른 잇속을 차리거나 생각지도 못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는 것.
이 몇년 간 어른께서 겪으시는 여러 부침들을 간접적으로 보고 겪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도져버린 사람에 대한 회의가 거짓말처럼 잠재워지는 느낌이랄까.
30대 초반부터 난청에 시달리다가, 35년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쯤에는 귀머거리가 되었던 베토벤.
평탄하지 못했던 유년시절과 불행에 가까웠을 노년시절을 겪은 그가 사랑을 말한다는 것,
그의 마음이 300년의 시간을 관통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를 뭉클하게 했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무수한 인연들, 그 속에서 끝내는 상처 받아 울게 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만 한다고, 아무리 지쳐도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내 걸음이 고단할지언정, 내가 틀린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문득 울고 싶었던가.
결국,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마지막 선택을 하는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사람의 온기를 택할 것 같다.
모든 불행한 사람들이여,
당신과 같은 한낱 불행한 사람인 내가 갖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이들과 예술가의 대열에 서기 위해 전력을 다했음을 알고 위로를 받으라.
-베토벤의 유서 中에서-
신의 축복을 받은 대가로 그토록 불행했음에도,
삶의 마지막 순간 남긴 그의 기록이 처절한 희망이라는 것이 나를 숙연하게 만드는 시간.
나는, 베토벤, 그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버릴 수없는 나를 각인한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 사랑하라. 용서할 수 없음까지 사랑하라.
덧말 : 진지 열매는 그만 먹고 싶었는데 베토벤님 덕분에 결국 또 먹고 말았다. 당최 분위기 쇄신이 안 된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나 정말 단순한 사람인데. 흑! 베토벤님 존경스럽지만 미워서 지랄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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