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그 사람이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싸움이 있다.
내게는 나와의 싸움이 그렇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그러하다.
나와의 싸움은 나혼자 피보고 다치다가 죽든 살든 하면 그만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는 이들을 대할 때면 해묵은 화(火)의 바람이 분다.
새삼스레 헤아려 보니 내가 기억하는 것만 십년이다.
형님이니, 형수님이니, 대부님이 어쩌고 대모님이 어쩌고,
그렇게 세상에 다시 없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어른들을 극진히 여기던 그 인사와의 인연은.
아니, 인연이 아닌 악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선하디 선한 얼굴로 간이라도 내어줄 것처럼 굴던 그 인사가,
숨 소리 마저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불과 2~3년 사이인 것 같은데,
까도 까도 끝이없는 양파처럼 그 사람이 다른 이들의 뒤통수를 치고다닌 전적이 연이어 드러나고,
제가 벌인 일에 어른을 끼워 팔고 정작 당사자인 자신은 쏙 빠져있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공무원 비리, 팽배한 지역주의, 수사월권까지 그동안 겪은 일을 꼽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처음에는 그래도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믿는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아니면 전생에 진 빚 갚는다고 생각하자.' 애써 마음을 다스렸었는데.
공적이든, 사적이든 선택에는 마땅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 생각하여,
그 사람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한 절반의 책임은 져야다고 여겼던 것은 순진한 나의 착각이었던 것.
그 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고도 뻔뻔한 얼굴로 거짓말만 늘어놓는 그 사람을 목도하면서,
'어린 자식에 마누라까지 딸린 인간이 세상 겁나는 게 없나?'싶어지다가,
어제 오전에 이르러 전반적인 상황의 흐름을 듣고난 후에는 화가 나서 손이 떨릴 지경이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턱이 아파서 '이상하다' 했는데 온종일 어금니를 꽉 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새끼는 왜 살아있는 거야? 그 새끼가 죽어야 끝난다니까!'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나의 내면에 감춰져있던 무수한 에너지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켰고,
나는 화마(火魔)에 집어삼켜지지 않기 위해 온종일 나 자신을 들들 볶아야 했다.
쉴 틈도 없이 업무를 보고 12시가 될 때까지 야근을한 뒤, 귀가해서도 내내 종종거렸던 것 같다.
(마침내 눈꺼풀이 목까지 내려와 화내는 것도 지칠무렵에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오늘 따라 지랄 맞게 환한 햇살, 젠장 맞게 푸른 하늘이 나를 향해 묻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사람 하나 억울해 뒤지거나 말거나 알바 없이 아름다운 세상, 이래도 사람으로 살겠노라 우기겠느냐고,
'너 정말 자신 있느냐고, 내가 이기나, 네가 죽어나가나, 정말 끝까지 해볼 거냐.'고.
손에 잡히는 것만 있으면 뭐든 붙들고 죄다 때려 부수고 싶고,
근 십년간 끊다시피 했던 탄산음료를 물처럼 벌컥대면서도,
금방이라도 욕지거리가 튀어나갈 것 같은 뭐 같은 심정이라도 나는 대답한다.
이 반칙 대 마왕아!!
네가 언제 나한테 페널티킥 한 번 제대로 허용한 적 있었냐?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내가 꼭 이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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