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아프다 作 : 김남조
"내가 아프다" 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 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 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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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키가 조금 더 자라면,
내가 온전히 바라볼 수 없었던 세상을 가슴으로 끌어안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도,
좀처럼 받아들일 수도 없었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하면서 살수도 있지 않을까,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한 바람을 가슴에 품은 채로 나는 다만 묵묵히 걸었다.
아무도 모르게, 끊임없이 나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내몰면서,
나 자신을 헤집고, 들추고, 또 쉬임없이 모진 상처를 내면서, 만사에 좀처럼 너그럽지 못한 나를 힐책하면서.
내가 배운대로, 세상이 말하는대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보겠노라 우격다짐을 하곤 했다.
더 없이 평온한 눈으로 세상을 관조할 수 있게 되면,
오는 것은 오는대로, 가는 것은 가는대로, 그저 놓아둔 채 흐르는대로 살아볼 수도 있으리라,
그때가 되면,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세상 너머의 세상이 보일 거라 믿었다.
오랜 날들 지나 마침내 이 마음 고요해졌을 때에야 나는 알았다.
내가 자라 온전히 마주보아야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깨진 거울에 비친 나 자신임을,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되, 다만 내가 달라지는 것임을.
고질병 같던 그리움은 화석이 되고, 소리낼 수 없던 울음은 이제 말라버렸어도,
그 모든 것 이 삶에 바쳐진 예물이라면 나 무엇 하나 아쉽지 않으니.
아슴한 나의 음성 선명히 들리고 아득한 당신의 그림자 가까이 다가와 내게 손내밀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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