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건봉 스님에게 제자가 물었습니다. 향하는 곳마다 부처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고, 큰길이 그 문까지 곧게 뚫려 있다고 하셨지요.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스님은 지팡이로 제자의 바로 앞에 줄을 그었습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
네 말처럼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이때껏 살아오며 행해온 선택의 결과물이라면 나는 더 이상 무엇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어.
늘 좋은 선택을 하고자 했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또 그렇게 해왔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라는 사람은 엉망이 되어 있었고, 어디인지도 모를 길위를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저 누군가를 지키고 싶었고, 행복해질 수 없다면 차라리 편안해지고자 했을 뿐인데,
내가 잘못 산건지, 만일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실수한 건지,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위해 애쓰거나 노력하고 싶지 않아. 내 인생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내 살아남아 기어이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면 행복해지고 싶은 게 사실이야.
그런 까닭으로 나는, 너를 지키고자 했던 그날 이후 처음으로 간절한 기도를 해.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르는 것까지 다 잘못했다고, 그러니 이제 그만 저 좀 봐주시면 안 되겠냐고.'
당신께서 주신 삶을 오만하게 방치하고, 내 멋대로 방기하며, 하루속히 끝장나기를 바란 것이 얼마나 큰 과오인지,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나의 호소가 당신이 보기에는 얼마나 시건방진 자기 기만인지 이제는 안다고.
다만, 나는 용서해 달라고 기도해.
모른다는 이유로 모르고 지나갔던 그 모든 무지의 순간들과, 오직 평안하겠다는 열망으로 내버렸던 나 자신까지,
어리석은 욕심으로 넘쳤던 마음, 알면서도 끝내 덜어지지 않을 그 마음과, 너를 향한 깊은 그리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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