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내게로 온 문장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마음을 잃고 난 노래하네.

Betty1983 2016. 6. 26. 00:51



 


하룻밤 묵는 여관방에 아무리 좋은 게 많은들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무대 위 배우의 희로애락(喜怒哀樂)도 고작 막이 내리면 그뿐이듯,

끝없는 욕망과 집착으로 얻어낸 인생의 환락도 그와 같지 않겠습니까.

 

-재가 수행자-








사는 동안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던 가치관의 마지노선이 흔들리고,

내가 당연히 옳다고 믿었던 것들과, 그래야만 한다고 확신해마지 않았던 세계의 기반까지 지각변동을 일으킬 때,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아무리 원해도 어디까지는 절대로 가면 안 되는지 구분을 짓는 일조차 바보놀음 같을 뿐이지만.


도도하고, 고고하고, 아름다워서 찬연하게 빛나는 삶까지 바라지는 않아도,

예쁘지 않은 것, 단점과 허점을 너무 쉽게 들켜버리는 것, 그렇게 자기관리가 안 되어 제 마음이 고장난지도 모른 채,

물인지, 불인지 사리분별도 잃고 사랑받아 마땅한 자신을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우매한 짓만은 벌이고 싶지 않다.


그래, 당신이 나를 사랑하면 또 모르겠다.

나를 붙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네가 필요하다고' 어리석은 용기라도 낸다면,

내 마음에 미쳐서, 제대로 돌아서 그 길이 꽃길인지, 피투성이 가시밭길인지도 잊어버리고 맨발로 달려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잖아. 감히 환산할 수도 없는 귀하디 귀한 내 진심을 탐내면서 당신은 모든 것을 방관하고 있잖아.


그런데 내가 왜?

내가 망가질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부서져서 가루가 될 수도 있어. 하지만 고작 이런 당신 때문에 내가?


며칠 째, 새벽 네 시에 다다를 때까지 잠들지도 못하고 뒤척이다,

그 긴 시간 독하게 잘 버티다 말고(번호가 잘못 되어 차라리 다행이었지만)전화를 걸어버렸던 내 꼴을 봐줄 수가 없다.

내가 왜, 나를 진심으로 헤아리지도 않는 당신 따위 때문에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며, 괴로워해야 하는가.


술을 잔뜩 마시고도,

나 때문에 속상한 마음에 노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 시간이나 통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너도 있는데,

'가족끼리 밥 먹자.'며 나를 찾는 엄마도 있고, 우산을 가방에 그냥 넣으면 젖을까봐 휴지로 닦아주는 아빠도 있는데,

 완벽하지는 않아도 지극히 현명하고, 못하는 것은 많아도 충분히 예쁜 내가 뭐가 아쉽다고 그 청승을 떠냔 말이다.


당신이 아무리 괜찮아도,

당신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라 가정한다 해도 감히 단언컨데 나보다 못하다.

왜냐하면 당신은 비겁하고, 또 비겁하며, 영원히 비겁할 테니까. 그런 까닭으로 당신은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 사람이 심장이 아파. 네가 심장을 주면 그 사람은 사는데 너는 죽어. 그 사람한테 네 심장 줄 수 있어?"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지금하자면,

"내가 왜? 너를 위해서라면 심장 보다 더한 것이라도 내줄 수 있지만 그 사람한테는 내 머리카락 한 올도 줄 수 없어."

"자기중심이 분명히 서있어도 똑바로 가기가 힘든데 그것마저 없으면 어떻게 바르게 살겠냐."던 아빠의 조언처럼,

하룻밤 묵을 여인숙 같은 것이 세상살이라 해도, 잠시 유(留)하는 자리일지언정 엉망으로 어지른 채 떠나지는 말자.


나는 충분히 예쁘고, 이미 찬란하게 빛나며, 세상에온 순간부터 지금 이날까지 내내 사랑받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