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르바이를 시작한 이후부터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뭐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조금 나았다가, 심해졌다가, 끙끙 앓다가, 거짓말처럼 털고 일어나 출근하기를 반복한다.
그나마 다행한 점은 (야밤에 택시에 실려간 이후로는) 이비인후과 약을 부모님께 부탁드려서 견딜만하다는 거지만,
(일반내과 약이 듣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이비인후과도 모르는 곳은 보험적용이 안 되는 좋은 약을 써주지 않는다.)
(원치 않는 몸무게는 늘었는데)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은 나빠지고 있는데다다 바리스타 실기 때문에 경황도 없다.
바리스타 실기수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그간 입에 대지도 않던 야식을 먹었고,
밤새도록 남들 먹는 야식 바코드를 찍어주는 편의점 업무를 마치고 나면 보상심리의 발동으로 과자를 까먹곤 했으니,
(근력 운동을해서인지 드러나지는 않지만) 체중계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다시 관리를 시작했다.
(아픈 거, 살찌는 거, 예쁘지 않은 거 정말 참아줄 수 없다. 이 세가지는 사는동안 절대로 타협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바리스타 살기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내가 스승님으로 삼고 싶을 만큼 멋진 분이다.
그분이 가르쳐주시니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데 시험모드로 수업을 진행하면 압박과 긴장에 시달려 우왕좌왕하게 되고,
시험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합격수준으로 해내고도 엉뚱한 액션을 하다가 타임오버로 탈락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중이다.
(선생님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라. 왜 이렇게 불안해하냐, 종교에라도 의지해라.'말씀하실 정도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인데,
(주문과 결재를 받고, 음료를 래시피대로 만들어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제공하는 일을 소화할 수 있다면 시험은 쉬울 테니)
(경력이 없는데다 나이까지 많아서 채용 될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휴일동안 정신이 나면 지원을 반복했다.
(못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극도의 긴장을 이기지 못해서 낙방하는 거라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 의미 없어도 붙고 싶다.)
항상 잘해야만 한다는, 남들이 하는 것 이상을 해야 그들만큼 한다는 강박에시달리며 살아왔고,
매사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못해서 신수를 들볶지만 포기할 때 하더라도 그 포기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애써보고 싶다.
(인간관계든, 일이든, 다른 무엇이든) 내가 반복한 실수와 실패들이 나를 괴롭혀 고통스럽게 만들고 절망을 선사했다 해도,
적어도 내가 끝을 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기를, 내가 삶을 저버리는 순간이 온다면 오롯한 평화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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