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많으면 세 가지였는데) 지난 시간에는 무려 네 가지 메뉴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수강생들이 열성적이라 강사님도 덩달아 신이 나서인지 사이드로 케이준치킨까지 튀겨서 곁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간단한 튀김도 밀가루, 계란 물, 빵가루를 거친 뒤 다량의 식용유까지 사용하니 뒷정리가 만만치 않다.)
식빵에 베샤멜소스를 바르고 햄, 체다치즈, 피자치즈를 올린 뒤 오븐에 굽는 따뜻한 샌드위치인 크로크무슈와,
삶은 토마토의 껍질을 벗긴 뒤, 분량의 소스에 절이면 되는 마리네이드는 비교적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조리와 정리를 마치려면 요령이 필요해서 과정의 선후를 판단한 뒤 시간을 분배해야 하니,
왕 초보에 아마추어인 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상황이라 시작 전부터 살짝 당황했다.
수강생들이 두 가지 요리의 조리를 마치면 그 다음 조리를 하기 전에 강사님의 시연이 있기는 해도,
용량이 풀인 머릿속, 진즉부터 시간이 촉박한 것을 인지하고 있는 마음상태로는 '아, 어쩌지.'하는 생각만 들어서,
(나를 오래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하겠지만)클래스에서 가장 밝고 말을 많이 하는 축인 내가 할말을 잃었다.
(낯설고 불편할수록 더 밝아지고 말이 늘지만 내게 있어 그 언어들은 지나고 나면 그뿐인 단어의 나열에 불과하다.)
마지막 사이드 메뉴인 케이준치킨을 튀기는 동안 나는 그렇게 본연의 침묵을 찾았고,
'수업종료 전에 정리를 마치려면 이 망할 안심이 익어야하는데 왜 이렇게 허여말건 한 거야?'라는 생각에 꽂힌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