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Review/마음속 그 대사

[이 대사를 빌려서] 하여, 누구의 결말도 해피엔딩이기를.

Betty1983 2018. 10. 15. 16:15























누가 제일 슬플지는 의미 없었다.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였다.

우리가 도착할 종착지는 영광과 새드엔딩 그 어디쯤일까.

그대를 사랑한다. 그러니 그대여, 살아남아라.

하여, 누구의 결말도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다.


-김은숙 : 미스터션샤인 中에서-





유진아.

너는 최유진이지만 최유진이 아니고, 각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의 연기로 탄생된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

그 연기가 세간의 편견을 깰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품이라서 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

지금도 이렇게 사라분별이 확실하고 의식도 명확한데, 나는 어째서 네가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을까.


네가 그토록 연모하던 여인의 손을 잡고 같은 곳을 향해 나란히 걸으면서,

생선구이가 올려 진 식탁에서 얼굴을 맞대고 웃으면서, 때로는 더 없이 사소한 일로 투닥 거리기도 하면서 말이야.

일상의 모든 순간이 그림처럼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함께라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날들을 살겠지 상상해.

그곳이 아프리카든, 알레스카든, 한 뼘 반 거리의 미국이든 너와 내가 동시대를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착각해.

나는 이렇게 너를 완전하게 분리하는 동시에 완벽하게 동일시하면서 최유진의 시간을 되짚어 다시 헤아리고 있어.

전부를 거는 사랑 같은 거,  제 목숨 걸어 상대를 지키는 마음 같은 거, 이제는 내 생(生)에 없다고 결론지었던 내가,

유진이 너를 통해서, 오로지 그 사람 하나 지키자고 남은 생을 다 써버린 너를 보면서 나의 냉소와 오만을 반성해.


유진아, 너는 누구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니.

내게 있어 사람이 최고의 가치였고, 나의 온 생을 걸어도 좋을 만큼 사랑 또한 귀중했음을 떠올리게 만드는 너는,

내가 오래전 묻어버린 것들을 기어이 꺼내보게 하는 너는, 이렇게 더 없이 맑은 정신으로 미쳐가게 만드는 너는.

불면증이 도지고, 밤은 깊고, 모든 것이 너무 멀기만 한데, 나는 어딘지도 모르면서 자꾸만 어딘가로 가고 있으니. 


유진아.

영광까지는 바라지도 않을게. 인생 다 각자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다다를 우리이니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하자.   

유진이 너도, 나도, 우리 모두에게 이 삶은 너무도 고단하고 치열하니까. 헛된 희망이라도 붙들 무언가가 절실하니까.

여전히 표류하는 내게도 살다가 그리운 어느 날 달려가고 뛰어갈 자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이 필요하니까. 


  유진아, 정말 수고했어.

열심히 살아남느라, 기어이 사랑 앞에 네 온 생을 던지느라. 그렇게 끝까지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줘서 정말 고마워.  
너를 많이 아껴. 그리고 너를 만나서 영광이야. 모두가 이방인인 세상, 너와 함께 묶일 수 있어서 잠시나마 따뜻했어.  

오늘도 나는 네가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아주 잘 살고 있다고 믿을게. 그럼, See You, See Yo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