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y's Drama/형용돈죵愛빠지다

[형용돈죵] 우리들의 인디안 썸머<번외> (부제 : 쿨하지 못해 미안해)

Betty1983 2014. 4. 10. 12:21

 

위 카툰은 해피데이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아리님의 작품입니다.

 

 

                                                                                                   때로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멈출 수가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 열망을 잘라낼 수 있을지,

                                                                         달아나야만 하는 모든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떻게 하면 너에게 닿을 수 있는지.

                                                       

                                                                                                                -Betty : 無題-

 

 

 

형, 지금 내가 치킨보다 못하다는 거예요? 대체 이깟 치킨이 뭐라고 나보다 더 좋은데요?“

 

헉!! 또 시작이다.’ 불그죽죽한 양념이 좔좔 흐르는 닭다리를 뜯어가며 걸 그룹의 춤사위에

영혼을 놓고 있던 형돈은 지용의 불호령에 머리털이 쭈뼛 서서 쥐고 있던 닭다리를 놓친다.

 

“그, 그게 아니고......” 어쭙잖은 변명으로라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면피해볼까. 어설프나마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지용의 눈을 바라보던 그는 앙다문 입술, 꿈틀거리는 눈썹 앞에 이내

‘나 죽었소.’를 복창하고 만다. 매사에Cool한 수준을 넘어 때로는 무심 하기도한 지용이지만,

지극히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니며, 때로 황당하기까지 한 작은 일에 빵 터지면 답이 없었다.

 

“일주일 전에는 나보다 족발이 좋다 그랬고, 열흘 전에는 냉면이 백번 낫다더니 이젠 치킨?

참는 것도 정도가 있어요. 어떻게 먹는 것보다 내가 못해요? 형 때문에 난 야식이 다 싫어.

죄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요! 아, 정말 화내다 보니 더 열 받네! 걸 그룹 좀 그만 봐요!!“

 

소파를 박차고 일어나 양손을 허리위에 놓고, 죄 없는 양념통닭만 죽일 듯 노려보는 지용의

모습은 분명 개그콘서트무대에 세우고 싶을 만큼 우스운 것이었으나 앞으로 제게 닥칠 일을

가늠하자니 형돈은 절로 암울한 기분이 들었다. ‘후우’ 그가 무의식중에 한숨을 내쉬었을까.

 

“한숨을 쉬네. 잘 했다는 거예요? 아니면 나한테 질렸다는 건가? 그래. 닭보다 못한데 뭐.”

 

‘으악!! 발동 걸렸다.’ 형돈은 점차 대기권을 벗어나 안드로메다로 치솟고 있는 지용의 심통

게이지를 어쩌지 못하고 탁자위에 벌려놓은 치킨 보따리를 주섬주섬 챙겨 개수대로 옮겼다.

그가 남은 치킨을 망설임 없이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쏟아 넣고 있는 힘껏 봉지를 묵었을까.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던 지용의 눈 꼬리가 심상치 않게 올라갔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 아니. 다른 뜻이 아니고 너 치킨 때문에 화났는데 벌려놓은 거 보면 더 화날까봐......”

 

“왜요. 마저 다 먹지 않고요. 사랑스럽다면서요? 닭다리만 봐도 횡경 막이 울린다면서요??

어이구. 꿈속에서 만나려나? 우리 형, 오늘 일찍 코하겠네요? 꿈속에서 닭들하고 놀아야지.

내가 거기까지 배려를 못했네. 얼른 들어가요. 일분이라도 일찍 자야 닭을 보든지 말든지.“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늘어지는 말꼬리 뒤에 미묘히 묻어나는 약간의 하이 톤, 타령 랩처럼

‘얼씨구나, 옳다구나.’ 기분 좋게 박자를 맞추는 것 같으면서도, 웃고 있는 입 꼬리 끝에는

언짢은 실룩거림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악화될 텐데......’

 

그의 경험에 따르면 지용은 화내는 일이 전무하다시피 했으나 지금처럼 마음이 상했을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해결을 보아야 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악화일로를 달리다 못해서

산으로 가는 결론이 날 때가 잦았고 결국은 형돈 본인이 피가 거꾸로 솟는 결말을 맞이했다

 

지용이 공들여 보낸 문자에 무심결에 하트를4개만 찍어 보냈다가(평소에는 다섯 개였단다.)

그 후로 일주일간 트위터의 모든 지인들에게 꽉 찬 하트를 찍어 날리는 지용의 행태를 참을

인자 수백 개와 함께 목도해야 했다. 어디그뿐인가. 모 남자연예인이 'GD선배가 보냈다.‘며

시커먼 하트 열 개가 찍힌 메시지를 인터넷에 자랑 질 할 때는 뚜껑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자신이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자지러질듯 하트 개수를 세고 자빠졌겠느냔 말이다.

 

“야, 권지용 넌 내 와이프도 봐주면서 왜 닭에 열불을 내고 그러냐? 그러려니 하면 될 걸.”

 

“제 말이요. 형수님한테 내 자리 뺏긴 건 어쩔 수 없다고 쳤지만 닭들한테까지 밀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 형수님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든 관계없다, 죽기 살기로

형한테 매달린 내가 닭보다 못하다니. 세상에나! 갓 태어난 병아리가 꺼지라고 하겠네요.“

 

태연자약한 얼굴로 어깨까지 으쓱대며 제가 처한 상황을 비꼬는 지용의 어투를 듣고 있자니

그는 정말이지 딱 돌아버릴 것 같았다. ‘화를 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미 속이 꼬인 지용을

상대로 맞불을 놓아봐야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지용과 헤어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런

악수는 피해야 했다 이럴 때 단세포인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제스처는 사과뿐이었다.

 

“지용아, 미안해. 형이 무조건 미안하다. 치킨 다시는 안 시켜 먹을게.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이런 거 쳐다보지도 않을게. 족발이랑 냉면도 네 앞에서는 안 먹을 테니까 화 좀 풀어. 응?“

 

“내 앞에서 안 먹으면요? 다른 놈 앞에서 시켜먹겠다는 거예요? 아, 그때처럼 치킨에 맥주

한잔 당기면서 하하 형한테 또 사랑한다고 남발하려고? 아니면 술에 만취해서 집에 안가고

엄한데서 올 누드로 자는 것도 괜찮겠다. 사과하지 마요. 영혼 없는 사과 따위 안 받아요.“

 

'이런 젠장.’ 그랬다. 지용은 그간 서운했던 일들을 세세히도 기억하고 있었다. 단순히 치킨

한 마리 때문에 터진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모양새도 범상치

않거니와 쉽사리 마음을 풀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나더러 어쩌라고!!”

울컥한 마음의 끝에 생각보다 앞서 날선 문장이 튀어나갔다.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예요?”

 

‘헐!!’ 지용의 눈가에 눈물이 그득해진 것은 불과 잠깐 사이였다. 지금 울고 싶은 게 누군데,

미치고 팔짝뛰겠는 사람이 누군데,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제 얼굴을 쳐다보느냔 말이다.

그는 목구멍이 타는 것만 같은 느낌에 한숨을 내쉬며 마른침만 삼켰다. 그 사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지용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미치겠다!’

 

 

 

 

   Title : 쿨하지 못해 미안해     Song By : UV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So So CooL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문자해서 미안해
  
답장도 없는 문자 받지도 않는 전화
  
그래 이제 난 더 이상 안할께 
   

   하지만 난 CooL 하지못해
   너는 CooL해 넌 참 좋겠다 그래 참 좋겠다
   나만 울어 너는웃어 나는 울고 너는웃어 
   정말 비겁하지 나 이렇게 비겁하지 
  

   몇일전엔 0번으로 문자보냈어
   그럼 알줄알았어 나도0번으로 문자올줄알았어
   근데 없어 486로도 보냈어 1004로도 보냈어

   No CooL i'm Sorry
   CooL 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No CooL i'm Sorry
   CooL 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얼마전에 너의 미니홈피 들어가봤어
   사진이 보이지않아 왜 일까
   생각해봤어 맞아 너와나는 일촌이 아니였어
   왜 나랑 일촌끊었어?
   괜히 끊었어 괜히 끊었어 걱정하지마 다시 일촌하면돼
   뭐라고할까 뭐라고할까? 예전 그때처럼 내 사랑 유세윤으로

   너의 일촌 댓글 파도타고
   널 볼수있지만 초라한 나
   어젠 너의 얘길 들었어
   내가 사준 핸드폰 바꿨다며~

   No CooL i'm Sorry
   CooL 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No CooL i'm Sorry 
   CooL 하지 못해 미안해
   No CooL i'm Sorry
   하지만 넌 넌 So So CooL

   No CooL you so cool 난 No CooL
   soso cooL
   No CooL you so cool 난 No CooL
   soso cooL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바쁘게 지용은 배를 잡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쌤통이다.’

어쩔 줄 몰라 하던 형돈의 얼굴이 리플레이 되는 DVD의 영상처럼 생생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가 사과 했을 때 웃어주고 싶었지만, 그간 끓인 속을 생각하면 쉽사리 양보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고, 또 현재 어떤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지 따위는

그를 선택한 순간부터 충분히 감당하고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몇 가지 사실이 있었으니, 그것은 사소한 것에 밀려버리는 제 순번이었다.(가령 치킨 같은.)

 

술에 취했다 하면 지나가던 개를 붙잡고도 사랑을 남발하는 그의 주사나 옷을 훌러덩 벗는

몹쓸 술버릇까지, 정말 엉덩이 팡팡을 백만 번 해서라도 뜯어고치고 싶은 습관은 널렸지만,

야식을 먹을 때마다 ‘역시 족발이 최고다, 치킨을 먹으면 제일 행복하다, 냉면은 내 인생의

베스트 프렌드다.‘ 따위의 극찬을 듣고 있자면 멀쩡하던 속이 배배꼬여버리곤 했던 것이다.

 

'잘 먹는 것? 물론 좋다.' 사람이 다 먹고 살자고 일하고 돈 버는 건데 잘 먹는 것을 그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냐마는, 눈앞의 음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느라 자신과 눈도 맞추지 않는

그의 모습은 저로 하여금 수시로 서운한 마음이 들게 했다.‘형, 천천히 먹어요.’라며 다정한

멘트를 날려 봐도, 입가에 묻은 양념을 닦아주려고 냅킨을 갖다 대도, 돌아오는 건 귀찮다는

손놀림과 ‘천천히 먹고 있다.’는 우물우물한 대답이 전부였다. ‘야식 보다 못한 애인이라니!’

 

이번만큼은 우선순위를 점하고 말리라. 지용은 전의를 불태운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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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을 사람 여기 붙어라.’ 습관처럼 지용의 트위터를 훑던 그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불과 몇 시간 전 지용이 찍어 올린 것으로 양념 반 프라이드 반부터 시작해서 닭 강정까지,

치킨 집에 있는 메뉴란 메뉴는 죄다 시켜놓은 듯했다. 뭐, 그것까지는 '그런가보다.’ 했지만,

양손에 닭다리를 들고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용의 어깨너머로 풀 메이크업을 한 CL이

턱을 괴고 있는 모습에 형돈의 눈이 돌아갔다. ‘아, 권지용 대박! 진짜 치사하게 이러기야?’

 

‘아마도 지금쯤 제대로 신이 나서 혼자 낄낄대고 있겠지. 어휴! 권지용 저 화상을 막 그냥!!’

 

형돈은 자동 상승하는 혈압으로 뒷목을 잡으며 제 명에 못 죽는다는 옛말을 새삼 실감했다.

이대로라면 지용은 제 분이 풀릴 때까지, 아마 제가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닭이란 닭은 다 끌어다가 염장을 질러댈 게 뻔했다. 양계장에 있는 병아리를 데려다가

애완용으로 기르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병아리 이름은 도니가 되려나?’

길러서 잡아먹지만 않아도 다행이었다.“으악!” 생각의 끝, 그의 입에서 세 된 소리가 터졌다.

 

 

 

“내가 미쳐!” 소품 담당을 술 한 잔으로 꼬드겨 겨우겨우 빌려온 닭 탈을 뒤집어쓰고 닭다리

인형을 양손에 쥔 제 모양새는 자신이 보기에도 우습기 짝이 없었다. 올림픽대로 갓길 같은

꼬락서니는 도무지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단단히 삐쳐있는 지용을 달랠 방도가

이것 말고는 없을 것 같았다. 어색한 뚱보만큼이나 어색한 닭 한 마리지만 ‘뭐 어떠랴.’싶었다.

 

'지용이가 나 때문에 마음이 상해있는 것보다, 내가  망가지는 게 백번 속이 편한 일이니까.'

 

'딸깍' 심호흡과동시에 방문을 열었다. 지용은 헤드셋을 끼고 의자에 앉아 작업에 열심이다.

그는 모르는 척 옆으로 다가가서 지용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닭다리 인형 하나를 건넨다.

 

“......”

 

“이거 어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고기 대신 맛나다면서 뜯어 먹더라. 우선 두 개 샀는데

화난만큼 이걸 줘터지게 패든, 깔고 뭉개든, 옥상에서 집어던지든 하고 나하고 말 좀 하자.

화 좀 풀어라. 응?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돼, 내 얼굴 봐도 소 닭 보듯 해, 형 속이 다 탄다. 타.“

 

“화낼 때는 언제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물끄러미 제 눈만 바라보던 지용이 의자를 돌려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정말 화가 나면

대화고 나발이고 산으로 보낸 채, 침묵으로 일관하며 어떤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지용이

그에게 마음과 귀를 연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형돈은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칭얼거린다.

 

“아니, 그러니까 닭이랑 너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 나야 원래 야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니까 좀 격하게 좋아한 건데 네가 화내니까 당황스럽고 속도 상하고.”

 

“속이 상했어요?”

 

그럼 당연하지! 네가 화내고 삐지는데 거기다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서는. 내 맘이 편하겠냐.

너 싫은 건 안 해 네가 싫다는데 닭이 대수냐. 족발? 냉면? 다 필요 없어. 밥만 먹게 해주라.”

 

“뭐라고요?”

 

절반쯤 울상이 되어 주절주절 되도 않는 말을 늘어놓는 제 모습을 지켜보던 지용이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웃는 지용의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웃는 이유까지는 알 수가 없어서

닭 탈을 뒤집어쓴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양에 배를 붙잡고 자지러지게 웃는 지용이다

 

“야!! 넌 지금 이 상황이 웃기냐? 난 정말 심각하다고! 너를 위해서 야식은 이 악물고 참아

볼 수 있지만 밥까지 굶으라면 난 못해. 아니, 누구라도 못하지. 살아야 사랑을 하든 말든!

밥까지 질투하고 내가 좋냐, 밥이 좋냐 하면서 피 말릴 거면 나도 몰라. 차라리 배를 째!!“

 

“다, 형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요. 이제 화 풀렸으니까 닭 탈부터 좀 벗고요. 그게 뭐야.”

 

“야, 이게 뭐가 어때서. 대따 어렵게 구했다 너. 쓴 김에 쳐주마. '닭 댄스' 들어는 봤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머니에 양팔을 집어넣은 뒤 양쪽 다리를 어기적거리는 형돈의 모습에

지용은 재차 빵 터진다. 한손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한참을 웃던 지용이

문득 웃음을 멈추고 어색한 춤사위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돈에게 다가가 제 가슴에 안는다.

 

“형, 미안. 미안해요. 별거 아닌데, 내가 억지 쓰는 거 나도 아는데 가끔은 포기가 안 돼요.

내가 일번이고 싶은 거. 내가 형한테 늘 우선순위고 싶은 거요. 딴 욕심은 내면 안 되니까,

그럼 형이 힘드니까 자꾸 작은 거에 집착하게 돼. 나 찌질한 거, 얼토당토않은 거 아는데,

나 Cool하지 못해서 미안한데, 그래도 나 봐줄 거죠?? 나 밉다고 두고 가버리면 안 돼요.“

 

“말이나 못하면......”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제가 잡은 대로 안겨주는 형돈이 고마웠다.

‘사랑은 Cool하게 하는 거라고, 집착하는 순간, 상대에게 마음을 들키는 순간 지는 거라고

무수한 연애 고수들이 말해왔지만, 이미 마음이 쏟아진 사람에게 어떻게 Cool할 수 있는지,

Cool한 것이 무엇인지, 예나 지금이나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마음을 치열하게, 고요하게 겪어내는 것뿐. 네게서 달아나지도, 애써 피하지도 않고.'

 

 

 

 

 

 

시작은 아주 단순했어요. 밤인데 잘 수가 없었고, 닭이 먹고 싶었고, 지용이가 보고 싶었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세 가지 모두 제가 할 수 없는 일에 속해서 멍하던 와중이었습니다.

(잘 수 없는 건 잠이 안 오니까, 야식은 스스로 금한 것이고, 지용이야 당연히 안 되고. ^^;;)

 

강이 범람하듯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제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다 ‘단순해져보자.’싶었어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지용이 생각도 안날 테고, 그밖에 골치 아픈 것도 잊혀 질 테니.

‘도를 넘기는 마음을 다스려 보자. 내가 도저히 못 쓸것 같은 글을 써보자.’ 싶기도 했고요.

 

다 써놓고 난후 ‘이걸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한참을 생각하고 있네요.(지금까지도.)

제 글 같지 않은데 제 글은 맞고, 한발 나아간 것 같으면서도 들여다보면 그 자리에 있어서

짝이 안 맞는 신발을 신었거나, 어색한 옷을 걸치고 낯선 거리로 나선 기분이 든 탓이지요.

 

헌데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으로 묘해요. 제 마음이 허방을 딛고 있는 것을 아셨던 것처럼,

귀한님들이 자꾸만 제게 말을 걸어주셨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던 이삼일 동안 계속이요.)

이 마음이 잠잠해질 때까지 침묵할까 하던 것을 글로 대답합니다. 부족하나마 받아 주세요.

 

덧말 : 그러고 보니 이 글은 제 똘기 일부(?)가 터진 글인데 후기만 유난히 진지한 듯. 하하.

 

                                                                                    -2014年 04月 10日 Am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