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귀는 지용이(G-Dragon)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나아가겠노라,
오기에 찬 다짐을 되 뇌이던 한시절의 나는,
이제 조금은 다른 꿈을 꾼다.
당신의 손을 잡고 발맞춰 천천히 나아가는 꿈을.
-Betty : 無題-
‘형 나 믿죠? 형이 나 믿으면, 형만 나 믿어주면 난 어디서든 괜찮아요. 나 잘 다녀올게요.’
컴백을 앞두고 앨범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핸드폰마저 압수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일본으로 출국하던 지용이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를 어루만지며 형돈은 쓴 소주만 들이킨다.
평소라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을 왕만두에는 손도대지 않은 채, 술이 오르다 못해 발개진
눈으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것을 서글피 바라본다. ‘지용이가 이 만두 먹고 싶어 했는데.’
합정동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는 만두집이 있다고 지나가듯 말했을 때,
아이처럼 두 눈을 빛내며,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고 그에게 다짐까지 받아낸 지용이었다.
마치 약속을 받아내지 않으면 자신이 떠나기라도 할 것처럼, 약속을 하면 서로 영원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지용은 사소한 것에도 새끼손가락을 걸며 다음을 기약했다.
밥을 같이 먹기로, 영화관에 가기로, 서점에서 등을 맞대고 책을 읽기로, 함께 산책하기로,
테이크아웃 받은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옷을 골라주기로,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타기로,
늦은 밤, 손을 잡고 야식을 먹으러 나가기로, 자다 깬 아침, 서로의 맨 얼굴을 보여주기로.
지용의 바람은 하나같이 소소하고 평범해서 그를 놀라게 했고, 지금처럼 그를 아프게 했다.
너무도 소소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만 같은 그 바람들 중 그가 들어줄 수 있는 건 전무해서,
이뤄지지도, 이뤄줄 수도 없는 그 바람들이 지용의 부재와 함께 폭풍처럼 제 앞에 불어오자
그는 소리죽여 울 도리밖에는 없는 것이다. 여전히 온기를 뿜고 있는 만두 한 접시 때문에.
한참을 흐느끼던 그가 털썩 탁자위로 쓰러진다. 무의식중에 핸드폰의 송신버튼을 누르면서.
Title : 바람 기억 Song By : 나얼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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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 형이 저 전화 없는 거 알 텐데 새벽에 전화한 게 이상해서 받았어요. 오해마세요.’
술에 떡이 된 채, 매니저의 손에 질질 끌려 들어오다시피 하는 남편의 꼴을 보자니 유라는
저절로 울화가 치민다. 이지경이 될 때까지 퍼마셨다면 분명 인사불성일 텐데 그 와중에도
GD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에 기가 찼고,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 해실 거리는 사람이
여전히 그늘지고 아픈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도 속상했다. ‘바람피운 주제에 뭘 잘 했다고!’
유라는 침실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는 매니저의 호의마저 완곡히 거절한 뒤 그를 돌려보낸다.
살이 빠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한 덩치 하는 남자였고, 제 힘으로 침실까지 끌고 들어가기도
힘들뿐더러 성질도 나서 그를 마룻바닥에 내다버리듯 누이고는 방으로 ‘쌩하니’ 들어갔을까.
‘미운 건 미운 거고 이불은 하나 덮어줘야지.’싶어 장롱을 뒤적이는데 문자수신음이 울렸다.
‘형수님, 형 잘 도착했나요? 답문 없으시면 잘 들어간 걸로 알게요. 형이 저한테 연락한 거,
제가 형수님께 연락드린 거, 형은 모르게 해주세요. 형이 불편해 할까봐. 안녕히 주무세요.‘
‘피식’ 도대체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걸까. 말이 좋아 투어일 뿐 기약 없는 유배를 자처하며
제 발로 떠난 주제에 끝까지 저 남자를 챙기고 있는 GD의 심중은 알다가도 모르겠는 거다.
GD가 출국한지 2주일, 날이 갈수록 야위고 말수가 주는 남편의 행태만 놓고 보아도 GD가
처음 호언한대로 저 남자에게 일절 연락을 취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했다. 어쩌자는 것인지,
정말 약속을 지켜버리면 자신은 어떡해야 하는 건지 그녀는 이제 덜컥 겁이 날 지경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전화를 걸어 ‘네 사랑이 그렇게 대단하냐고, 일류지킴이 간디나셨다고,
네가 아무리 똥 빠지게 애써본들 내가 꿈쩍이나 할 것 같으냐고, 이제 와서 착한사람인양,
대단한 잘못을 뉘우치는 죄인코스프래 따위 집어 치우라고, 차라리 뒷구멍으로 연락하다가
된통 걸려버리라고, 타지에서 유랑을 하던, 행려병자로 뒤지든 내가 알바냐‘고 악쓰고 싶다.
유라는 씁쓸한 마음에 틈입하는 측은지심을 애써 외면하며 이불을 안고서 어깨를 들썩인다.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쓰린 속을 부여잡고 가까스로 눈을 뜬 형돈이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길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카레이싱 특집이 돌발적으로 취소된 어제 아침,
심기일전하려 멤버들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사람들이 쑥덕이는 소리에 이성이 마비됐었다.
‘GD가 게이라는 소문 들었느냐’ 호들갑스럽게 묻던 여자와, 바이라고 단정적으로 못을 박던
상대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따지러 달려갈 뻔 했다.
신나게 떠들던 두 사람이 자리를 뜨고 난 뒤에도, 치민 화를 달래느라 손이 떨릴 정도였다.
‘나만 아니면 지용이가 저딴 소리 들을 필요도 없는데. 괜히 나 때문에......’ 온종일 자책에
시달리던 그가 지용이 그리운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을 때, 그 아래에
달린 댓글들이 더 가관이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부터, 지용이 겪은 가장 아픈 일까지
앞뒤도 없이 꺼내들어 마구잡이로 짓밟아서 멀쩡한 사람을 천하의 등신으로 만들고 있었다.
차라리 제가, ‘GD가 뭐가 아쉬워서 저 돼지랑 엮이겠냐.’던 비웃음의 화살을 맞는 게 나았다.
‘형, 나랑 약속해요. 나랑 관련 된 기사, 형이랑 내가 엮인 기사 그 어떤 것도 안 읽는다고.
누가 뭐라고 떠들든 무조건 나만 보고, 나만 듣는다고. 형은, 내 말만 들으면 되는 거예요.‘
지용이 어째서 그런 당부를 했는지, 어째서 몇 번이나 거듭거듭 다짐을 받았는지 이제 서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아니,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너무 잘 알아서, 감출 수없는 불안에
나이도 어린연인에게 사랑을 확인 받고자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렸던 거다. 괴로운 마음에
술을 말아먹었는데도 정신이 멀쩡해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지금은 차라리 미치고 싶다.’
물 컵을 그러쥐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의 발끝에 미끄러운 검은 비닐봉투가 ‘툭’ 채였을까.
무심결에 밟고 지나려던 것을 집자, 스티로폼 용기 안에 담겨있던 만두가 열린 봉투 사이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마룻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르는 동그랗고 말랑한 그것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분명 1차 끝나고 후배 녀석이랑 헤어졌었는데......’
그제야 간밤의 일들이 조각난 퍼즐처럼 띄엄띄엄 맞춰지기 시작했다. 지명 수배 용의자처럼
식당 후미진 자리에 고개를 쳐 박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던 자신의 모습, 훈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를 바라보며 지용이 생각에 눈물을 쏟은 기억. 그 후에 필름이 끊겨버렸다.
‘설마!’ 조각난 기억의 끝에 질겁한 그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발신내역을 확인한다.
‘휴우’ 매니저와 통화한 기록이 마지막이다. 어쩐지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인일이었다.
어제 같은 날 지용이 한국에 없어서, 제 곁에 없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아무도 몰라야 했다.
그 사람이 지용이라면 더 더욱. ‘상처 받고 발기발기 찢겨지는 것은 나 하나로도 충분하다.’
그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지용아, 어쩌면 내 사랑을 감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는 지용의 몸은 불에 덴 듯 뜨거웠다. ‘지용아 형이 미안하다.’
전화기가 제 수중에 없다는 것을 알 텐데도 자신에게 걸려온 그의 전화, 알 수 없는 예감에
떨리는 손으로 귓가에 전화를 갖다 댄 순간부터 전화가 끊길 때까지 그가 되풀이 했던 말이
펄펄 끓는 열로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우리 지용이 형 때문에 그 모진 소리를......’
씻지 못할 죄라도 지은 것처럼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그가 이 문장을 쏟은 순간
지용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완전히 이해해 버리고 말았다. 제가 그토록 막고자 했던
세상의 소리, 끝까지 가려주고 싶었던 편견어린 시선을. 제가 받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니
그 사람에게만은, 제발 형에게만은 상처주지 말라고 빌고 또 빌었는데 또 외면당했나 보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라 믿어버리는 사람들, 저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해버리는
무수한 가치들, 사심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마저도 우습게 여기는 인사들. 멀미가
날만큼 자신의 척도로 재단하여 결론을 내리는 시선들. 이것은 이런대로, 저것은 저런대로,
또 아니면 아닌 그대로 인정해 주면 안 되느냐 묻고 또 묻는 사이 잃어버렸던 자신의 웃음.
그것을 찾아준 사람인데,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도 그를 지킬 수가 없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형만 있으면 되는데.’ 늘 모두를 가진 것처럼 보였을 자신의 삶.
만인의 사랑을 얻은 대신 자신이 기꺼이 포기했던 한사람의 마음이 이처럼 간절해 질 줄은,
특별한 능력을 허락 받은 대신, ‘누리지 않아도 좋다’ 여겼던 평범한 하루를 원하게 될 줄은,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없어서, 그 사람을 지켜주지 못해서 이렇게 절망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참동안 앓는 소리를 내던 지용이 문득 자리를 털고 비척비척 일어나 말갛게 세수를 한다.
그가 힘들어하고 있다면 자신만이라도 ‘나는 괜찮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말해줘야 했다.
지용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선 채 어스름을 배경으로 자신의 맨얼굴을 ‘찰칵’ 찍어본다.
연락을 할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그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진을 트위에 업데이트하는 손끝이 살짝 떨렸다. 지용은 억지로 입 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형, 나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형을 놓치는 않아요. 아니 놓을 수 없어요. 누가 뭐라 해도
형은 내 사람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내 사랑이니까. 우리가 서로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이 마음은 변치 않을 거예요. 나는 세상 어디서나 형을 위해 살고, 형을 위해 숨 쉴 테니까요.
우리사랑은 감춰져있어도, 당신, 형을 향한 내 마음은 언제나 맹목적이니까. ‘Love Is Blind.'
이 사진은 지용이(G-Dragon)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습니다.
새벽에 댓글을 확인하려다가 글을 삭제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한참 멍했네요.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정신에도 어른들께 방싯방싯 웃고, 밥도 한 끼 사고 할 일은 다 챙긴 베티입니다. ^^;;;)
한순간,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어떤 일을 벌여왔던 건지 깨달아버릴 때가 있지요.
제 글에서 홀로 앓고 있을 지용이, 그리고 홀로 술잔을 기울였을 도니도 같은 맘이 아닐까.
(‘한사람은 스스로가 한 약속의 무게를, 한사람은 자신이 택한 사랑의 무게를 알았겠구나.’)
글을 다시 업데이트하는 잠시 동안 이 두 아이의 심정이 크게 다가와서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두 눈 뜨고 똑바로 걸어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잔인한 바람일까 싶긴 한데,
그것이 그 선택에 대한 대가라면 기꺼이 치러주기를, 제자리에 제 몫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벌인 일에 멍한 와중에도 제가 할일은 마치고 오는 것처럼. (그래야 다음도 있겠죠.)
무엇보다 어떤 후회나 주저함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제가 귀한님들을 뵐 때 그렇듯이요. ^^
(갑작스러운 삭제에 놀라고 불편하셨을 텐데 위로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방긋))
-2014年 05月 06日 Pm06:54-
덧말 : 지용아, 아무리 봐도 누나가 미안해. 까까도 못 사주고 울리는데 삭제까지 했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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