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락은 어쩔 수 없겠으나 세상에 대한 갈증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보는 것에 대한 허기와, 느끼는 것에 대한 가난으로 늘 내 자신을 볶아칠 것만 같습니다. 이 오만을 허락해주십시오.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에서- |
어차피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를 마주한 것도,
그 사람을 내 삶으로 초대한 것도, 그 존재를 내가 숨쉬는 공기처럼 익숙하게 만들어버린 것도,
그리고 끝내는 마음의 빗장을 걸어잠근 것까지.
어리석다고 이름할 수도 있을 그 모든 행위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하여 끝났다.
이며칠 죽은 듯이 자거나, 새벽 같이 눈을 뜨기를 반복하면서,
어리석고 등신 같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힐책하며 볶아대던 와중에도,
나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마음에 담거나, 혹은 누군가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 삶의 언젠가 나와 손잡고 걸었던 당신이 생의 저편으로 사라졌듯이,
내 마음에 담은 당신이 더 이상 내게 가까이 오기를 저어한다면 그마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또 다른 당신이 밤 새 아픔에 뒤척였을까 염려하는 이 마음을 잘라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신을 믿지 않는 나는 결국 온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있다.
내가 우매하기 짝이 없는 인사일지라도,
처음처럼 매번 같은 자리에서 넘어진 채 상처를 덧내고 있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도,
그닥 숭고하지도, 결코 아름답지도 않은 비루한 영혼에 불과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겠다'는 이 오만만은 허락해 달라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신을 힘들게하지 않기를,
내가 누군가에게서 돌아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사람의 안위를 염려했던 것처럼,
나의 마음이 당신의 머리카락 한올도 다치게 하지 않기를.
세상을 향한 갈증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쓰는 것에 대한 허기와, 숙명처럼 짊어지고 갈 스스로에 대한 가난으로 늘 나를 볶아치더라도.
항상 나 자신보다 당신이 먼저였으면 좋겠다.
언제나 처음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당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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