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 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누구도 이기지 마라, 누구도 넘어뜨리지 마라. 하루 한 번 문신을 지워낼 듯이 힘을 들여 안 좋은 일을 지워라, 세상 모두 내 것인 양 행동하라. 양팔이 넘칠 것처럼 하루 한 번 다 가져라.
하루 한 번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으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펼쳐놓아라. 먼지가 되어 바닥에 있어보라. 하루에 한 번 겨울 텐트에서 두 손으로 감싼 국물처럼 따뜻하라.
어머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만큼 애틋하라. 하루 한 번 내 자신이 귀하다고 느껴라, 좋은 것을 바라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라라. 옆에 없는 것처럼 그 한 사람을 크게 사랑하라.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에서- |
하루에 한끼 먹으면서, 그 한끼라도 과식하면 그 다음날은 절식하는 사람.
('지가 무슨 연예인, 패셔니스타 지용이, G-Dragon도 아니면서! ')
운동하는 게 귀찮아서 차라리 굶고 마는, 스스로에게는 답이 없을 만큼 인색하기만 한 사람.
아파서 정신을 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상대에게 내색하지 않는 사람.
아프다고 말하느니 혼자 앓고 마는 바보 같은 사람.
삶의 어느 순간, 스스로를 감당하는 것에 더 없이 익숙해져버린 고집스러운 사람.
무엇이든 한가지 목표를 정하면 그 근처라도 가기 전에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
대단하지도 않은 일에 온 힘을 쏟다가
제 몸이 까무러진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야, 그제서야 관둘 생각을 하는 지랄 맞은 사람.
그렇게 죽을둥 살둥,
번지수도 없이 저 스스로를 채찍질하다가 어느 순간 '탁'하고 놓아버리면 끝도 없이 풀어지는 사람.
풀어져본 일이 손에 꼽아서 그 모습마저도 어색하기만 한 사람.
그래서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 제일 어렵고,
어쩌면, 스스로를 버리는 일이 가장 행복할지도 모르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먹은 스테이크와 샐러드, 오늘 먹은 피자와 케이크 따위에,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나 스스로를 들들 볶다가,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처럼 양팔을 휘두르며 한시간쯤 걷고 들어와서는,
책 한줄에 멍해지는 맹하기 짝이 없는 사람.
'내가 이 따위로 생겨먹은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사정.'
'바뀔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지독한 나의 이기심.'에 불과할 뿐.
내가 어떤 사람이거나, 어떤 룰을 지키며 살아왔거나,
당신에게만은 늘 따스하고 너그럽고 싶은 이 욕심.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고, 그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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