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별이었구나. 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
미안하다. 나,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나라는 사람, 이렇게 모른 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에서- |
낯설디 낯선 누군가가 사적인 이야기를 물어온 오늘,
내게는 무례하고 경박하게만 느껴지는 그 사람의 태도 앞에 짜증이 솟구치고,
똥파리 퇴치약이 있다면 면전에 대고 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상대가 무안하지 않을정도로만 적당히 대꾸하면서, 나는 문득 이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이 사람은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 거지?'
그 물음 뒤에 찾아온 것은 내가 꽤 오랫동안 사람을 곁에두지 않았다는 서늘한 자각이었다.
언젠가의 나는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 알지도 못하는 이들을 찾아 마른 땅을 헤매었는데,
그 시절의 나는사람을 열병처럼 앓다가 쓰러져 뜨겁게 울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리도 뜨겁게 들끓던 나의 가슴은 시간이라는 퇴적층 앞에 흔적도 없이 묻혀버린 거다.
그 순간 당신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을까.
내게 다가온 꽃 같은 이들을 귀히 여기고, 그 인연에 감사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쏟아지는 내 마음 앞에서 지레 멀미를 내고 있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당신, 나를 좋아하는 당신, 혹은 나에게 무심하기만 한 당신일지라도,
내 손에 닿았다 금세 사라질지라도 그 마음의 끝자락이나마 붙잡고 싶었다면.
나의 진심, 고집스러운 내 마음을 움직이는 당신이 두려워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과오의 시작일까.
내가, 한때의 뜨거웠던 나와 이별한지도 모르고,
이렇게 텁텁하게, 이다지도 뻣뻣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내가 다가갔거나 당신이 밀어냈거나, 혹은 그저 잊혀졌을지도 모르는 마음,
당신에게 기울어지고 있는 이 마음을 견디다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한숨을 삼키는 나약한 내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더는 불안해하지도 않고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방의 문을 닫는 게 나은지 고민하는 모나고 못된 나라도,
당신으로부터 달아날 궁리를 하느라 뜬 눈으로 새벽을 맞는 겁쟁이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함께 발맞춰 걸어가는 아름다운 꿈을 꾸어도 될까.
'Betty's Review > 내게로 온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너를 위해 빛이 될게. (0) | 2014.06.17 |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나,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 (0) | 2014.06.06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당신, 내가 버리고 싶지 않은 단 하나의 오만. (0) | 2014.05.24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미안하다. 사랑한다. (0) | 2014.05.10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당신이라는 기적. (0) | 2014.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