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한테 내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하는가요?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그러네요.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의 '상태'를 자꾸자꾸 신경쓰게 되는 것.
문득 갑자기 찾아오는 거드라구요. 가슴에 쾅하고 돌 하나를 얹은 기분. 절대로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그렇게 되는 거예요.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와 있다는 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날씨처럼 문득 기분이 달라지는 것.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지진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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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나는
당신이 웃을 때보다 소리죽여 눈물 흘릴 때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멋드러진 위로는 할 수 없어도,
당신의 젖은 눈가를 말려줄 새하얀 손수건 한장 건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한테 나는
당신이 누군가와 행복할 때보다, 누군가로 인해 외로울 때 떠오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잠 못 이루는 긴긴 밤을 함께 지세울 수는 없어도 아무런 이유도, 그 어떤 목적도 없이,
쓸쓸히 우주를 떠다닐지도 모르는 당신의 말들을 품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한테 나는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떠올라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무작정 디딘 발걸음이 닿은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으면 좋겠다.
문득 내 모습을 발견한 당신이
나를 붙든 채 마냥 울고 나면 거짓말처럼 마음의 체기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내 어깨에 기댄 당신이 깊이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그렇게 오래오래 당신 곁에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한테 나는
마냥 똑똑하기보다 조금은 바보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바보 같고, 바보 같아서,
그 언제라도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여 당신이 나를 잊어도 나는 당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할 거라는 믿음 하나로 그저 충분하고 충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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