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作 : 사바타 도요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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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넘은 나이에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했고 100세를 눈앞에 두고 첫 시집을 펴냈다는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들 딸, 혹은 손자 손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나직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쉽고, 단순해서 그 자체로 감동이 되는 그녀의 글귀는 그 어떤 세련된 문장 보다도 아름답고 또 고귀하다.
나이를 벼슬 삼아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섣부른 훈계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만, 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서 자신을 열어놓는 느낌,
상대방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소리가 되어 나온 것만 같은 언어는 그 자체로 넘치는 위로가 된다.
풍진 세상을 모조리 겪어내고 쇠락해진 몸뚱이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가늠할 나이,
그 나이가 무색하게 자연을, 꿈을, 그리고 살아있어서 좋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녀가 나의 할머니였다면,
오늘의 내가 조금은 살아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볼 수도 있었을지.
이 시가 마음에 들어 내 방에 올리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난 살아있는 거 안 좋은데.'라고 중얼대던 나는,
'살아있는 건 축복이지.'라고 대답하는 아빠를 향해 '그래?'라고 반문하면서,
혹시라도 괜한 염려를 살까, 여느 때보다 밝은 목소리, 환한 미소로 버석거리는 가슴을 덮어버리던 나는.
"정말 살아있어서 좋으셨느냐."고 누구도 아닌, 그 누구를 향해 되묻다가 그만 울고 싶어졌던 기억이 난다.
건강해지기를 바라지는 않으니 내가 못 견딜 정도로 아프지만 않으면 되고,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질 필요는 없으니 내가 아끼는 이들만 무탈하다면 더 이상의 욕심은 없는 삶,
행복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거라면,
포기해서 패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포기를 통해서 진정한 평안을 얻고자 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
이 삶에 그 어떤 기대도, 더 이상의 바람도 없는 것은 자명한 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면 내 생의 마지막 순간 이 인사를 남기고픈 바람 하나 품어본다.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어서 진정 좋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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