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지 못하고 스쳐지나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0.5초? 기껏해야 1초? 만일 당신이 1초만 더 빨리 그 길을 건너갔어도 우리는 만나지 못했겠죠. 만약 내가 1초만 더 늦게 차선을 바꾸었어도 우린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의 역사는 바로 그 1초에서 비롯되었죠. 단지 그 1초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당신 얼굴을 영원히 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 짧은 1초가 아니었더라면 당신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을 테죠. 그 짧은1초가 아니었더라면 당신은 그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않았을 거예요. 기욤 뮈소 : 구해줘 中에서- |
신의 존재는 믿지만 신을 믿지는 않고,
우주의 운항에 따른 삶의 흐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도 운명론에는 회의적이며,
자기 자신마저 경계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일은 있다.
지금의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로 현존하는 사람이든 당신과 내가 만났다는 것.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만났고, 기꺼이 서로를 마주보았으며, 끝내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가까워졌다는 것.
자주보거나, 가끔 만나거나, 혹은 오랫동안 마주하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시작이 수업시간에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한글파일에 써내려간 몇 줄의 문장이든,
하필 그 시간에 방영되었던,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도 않아서 내게는 별 의미 없는 예능프로그램이든,
지극히도 사소했던 그 순간이 시작이 되고, 계기가 되어 당신을 만났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니.
언젠가부터 맺고 끊음이 질릴 만큼 정확하고,
때로는 냉정해서 '내가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그게 무엇이든 떠오르는 일도 없을 만큼 깨끗이 지워버리며,
(중요하지도 않은데) 나를 성가시거나 하거나 피곤게 만드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차단하는 나라는 인간이,
여전히도 당신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진실, 돌이킬 수 없는 진심인 것이다.
나는 아마도,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인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건강과, 평안을, 그리고 언제까지라도 안녕할 내일을 소망한다.
당신과 내가 서로를 알게 되고, 보게 되고, 또 마음에 담을 수 있었던 그 기적 같은 1초의 힘으로.
'Betty's Review > 내게로 온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나의 그대, 언젠가 "다시 너를" (0) | 2016.03.27 |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가끔은 "가슴 아파도" (0) | 2016.03.26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내가 믿는 우연, 혹은 필연. (0) | 2016.01.20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0) | 2015.12.24 |
[문장이 내게로 올 때] 사랑, 전부를 주고, 모두를 앗아가는. (0) | 2015.08.17 |